"올곧게 배운 소리를 다음 세대에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17일 오후 대구 남구 물베기마을에 들어서자 판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를 따라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대구시립국악단 판소리 단원인 양수진(37·대구시 무형문화재 8호 판소리 이수자) 씨가 구성진 소리를 내고 있었다. 판소리 부문 최초로 대구시립국악단 단원이 된 그는 후학양성을 위해 양수진판소리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다.
양 씨는 오는 30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하는 '만정제 흥보가' 완창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연습이 한창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완창 공연을 펼치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것이다. 완창은 3시간가량을 홀로 공연을 펼치는 무대다 보니, 숙련된 경험과 능력이 부족하면 도전조차 어렵다. 특히 판소리 한바탕을 배운 뒤 바로 완창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반복적인 연습과 노력으로 내공을 쌓아야 가능하다.
어린 시절부터 끼와 재능이 많았던 양 씨는 14살에 처음 소리를 시작했다. 故 모정 이명희 명창(대구시무형문화재 8호 판소리 흥보가 보유자) 밑에서 소리를 시작한지 11년 만에 그는 '제9회 상주 전국 민요경창대회 명창부에 출전해 국무총리상인 대상을 받았다. 양 씨는 당시 남도민요 물레타령을 구성지게 표현해 높은 평가를 받아 민요 분야에서 최연소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다른 소리꾼들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타고난 끼와 오랜 연습을 통해 노력한 결과,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초등학교 시절 1년간 연기학원에 다녔던 경험이 일인다역을 해야 하는 판소리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의 호소력 깊은 감성과 깨끗한 음색은 관객을 매료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판소리경연대회에서 명창부 종합대상인 국회의장상뿐만 아니라 문화관광부장관상도 두 번이나 받는 등 수많은 대회를 휩쓸었다.

양 씨가 완창에 도전한 것은 소리를 시작한 지 24년 만이다. 그는 완창 무대를 목표로 누구보다 오랫동안 실력을 다져왔다. 이명희 명창에게도 오래전 전 대목을 배웠지만, 완벽을 기하기 위해 사설을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사실 완창 무대를 준비하던 중 이명희 명창이 유명을 달리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스승의 그늘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소리꾼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갖고 있지만, 서양 음악처럼 악보를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스승이 내는 소리를 똑같은 음으로 연마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보니, 스승의 가르침은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우리 소리를 널리 알리고, 대중성 있는 장르로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양 씨는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자주 접하지 못하다 보니 생소하고 즐겨 찾지 않다 보니 설 무대마저 줄어들고 있어서 안타깝다"면서 "다양한 노력을 통해 많은 사람이 즐겨 찾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타지역에는 활성화되고 있지만, 대구에는 현재 운영하지 않는 창극단이 만들어진다면 관객도 재미있게 판소리를 즐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나아가 젊은 소리꾼들의 소통의 장을 만들어내 우리 소리를 활용한 문화축제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씨는 앞으로도 자신만의 목소리로 전통을 지키기 위해 도전할 계획이다. 양 씨는 "후학 양성은 물론, 다른 바탕을 배우기 위해 도전할 예정"이라며 "실력 있는 소리꾼, 제대로 된 소리꾼 소리를 듣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판소리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통령상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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