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략은 反文 뿐' 윤석열에…보수 텃밭 TK가 흔들린다

'반문 원툴' 윤석열, 악재 속 탄탄했던 TK 지지도 '흔들'
본인 실언에 이준석 갈등, 김건희 허위이력 원인 지목
여론조사 지지율 급락 속 '후보 교체' TK서 제일 많아
"반문만 갖고 정권교체 못해" 홍준표·유승민 재조명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해 참배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0일 오후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였던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기념관을 방문해 참배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지율 급락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점차 윤 후보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전통적으로 보수정당 텃밭인 TK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박빙의 지지율이 나오는가 하면, '후보 교체'에 대한 여론도 TK가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오는 등 정권교체를 자신했던 보수 정치권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본인의 연이은 실언과 이준석 대표와의 봉합되지 못한 갈등,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이력 의혹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반문'에 치중된 선거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좀처럼 상황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한다.

◆ 흔들리는 TK… 커지는 위기감

윤 후보의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에 더해 핵심 지지층의 이탈마저 감지되는 여론조사는 최근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다.

먼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9~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3천90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p〉), 윤 후보는 40.4%의 지지율로 39.7%의 이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문제는 뚜렷한 하락세다. 같은 조사회사의 12월 1·2·3주차 조사를 보면,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줄곧 앞서가는 가운데 두 사람 간 격차는 1주차(6.5%p), 2주차(5.5%p), 3주차(6.4%p)에서 모두 5%p 이상이었다. 그런데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이어지며 이번 조사에서는 격차가 0.7%p까지 좁혀진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부터 윤 후보를 지탱해온 핵심 지지기반의 민심이 흔들린다는 평가다. 이번 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보수 성향'이라고 답한 응답자에서 전주 대비 5.8%p 급락했으며, TK에선 10.4%p나 떨어지며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당에 도착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0일 대구시당에 도착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아예 TK에서조차 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로 접근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O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8~29일 전국 유권자 1천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 따르면, TK에서 윤 후보는 39.0%, 이 후보는 38.6%의 지지를 받았다.

윤 후보가 휘청이자 보수 정치권 일각에서 꺼내든 '후보 교체' 여론도 TK에서 가장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한길리서치가 아주경제 의뢰로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현재 여야 대선후보의 교체 필요성'을 물은 항목에 응답자의 56.6%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가운데, 대구경북에서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67.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기사에 포함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 "反文 만으론 어렵다"

지지율 하락이 현실화되자 윤 후보는 지난 29~30일 직접 TK를 찾아왔다.

경선 승리 이후 한 차례도 TK를 찾지 않았던 윤 후보는 이번 방문에서 평소보다 높은 수위로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후보를 맹비난하며 '반문' 기조를 강화하는 모습이었다. '후보 교체론'이 등장할 정도로 위기에 내몰리자 반문 정서가 강한 TK에서 '사이다 발언'을 퍼부으며 지지층 결집을 노린 행보로 해석됐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열린 천태종 상월원각 대조사 탄신 110주년 봉축 법회에서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31일 오전 충북 단양군 구인사에서 열린 천태종 상월원각 대조사 탄신 110주년 봉축 법회에서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야당 국회의원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 관해 '미친 짓'이라고 표현하며 "불법 선거개입이고, 부정선거를 자행하고 있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공격했고, "(김진욱) 공수처장은 사표만 낼 것이 아니라 당장 구속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재명 후보를 향해선 "확정적 중범죄에 휩싸인 자"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해 맹공을 퍼부었고, 문 정부에 대해선 "실패했으면 이를 자인하고 겸손하게 정권을 내놓고 물러가는 것이 책임정치라는 민주주의 본질"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정작 지역 보수 정치권에서도 "너무 나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구시당의 한 당원은 "결국 선거라는 건 집토끼(지지층)를 결집시키는 동시에 산토끼(중도층)를 잡는 게 기본인데, 상대 후보를 중범죄자라고 하는 식의 원색적 비난이 중도층의 마음을 얼마나 끌어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한 보수 정치권 관계자는 "문 정부와의 갈등으로 정권교체 여론을 흡수하고 대선 후보가 됐으니 이를 재활용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주변의 일반 시민들은 지나간 정부보다는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설 지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며 "심지어 후보 교체 이야기까지 실제로 하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어 우려가 크다"고 털어놨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역시 야당 복이 있었다"는 반응이 재등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를 선출하며 연이어 전당대회를 대흥행시키는 등 위기감이 커졌는데, 윤 후보가 흔들리면서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대구시당 당직을 지냈던 한 인사는 "조국 사태 이후 장기간 지역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워낙 강성해 활동하기가 어려웠는데, 최근 들어선 '정권교체는 해야겠는데 윤 후보는 맘에 들지 않는다'는 여론 탓에 파고들 틈이 생겼다"며 "오히려 민주당은 우려와 달리 화학적 통합이 잘 되는 분위기여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귀띔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나치게 '반문'에 치중된 윤 후보와 국민의힘 선대위가 전략을 변경, 2030세대와 중도층을 잡을 수 있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앞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윤 후보를 겨냥해 자주 나왔던 얘기다.

당시 예비후보였던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구을)은 "정권 교체의 열쇠는 2030, 중도층, 호남이 쥐고 있다. 반문이 집결해본들 정권 교체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단순히 반문이나 '닥치고 정권심판'만 외쳐서는 안 된다. 더 깨끗하고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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