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文·산업부엔 원전이 국내용·수출용 따로 있나

산업통상자원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유럽 순방 일정에 오르기 전인 작년 10월 청와대에 '한국 원전의 경쟁력' 자료를 만들어 보고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해외 원전 세일즈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 원전의 우수성 등을 정리해 청와대에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중유럽 4개국 협의체인 비세그라드그룹(V4) 정상회의에서 "한국 원전은 세계 최고"라며 원전 수출 행보를 했다.

자가당착, 표리부동이라는 말이 부족할 정도로 탈원전이 엉터리라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됐다. 탈원전 총대를 멘 정부 부처인 산업부가 한국 원전의 우수성을 한껏 강조한 보고서를 만들어 청와대에 제출한 것도 놀랍거니와 탈원전을 강행한 문 대통령이 산업부가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한국 원전이 세계 최고라며 원전 수출에 나선 것도 이해할 수 없다. 문 대통령과 산업부는 국내에서는 원전이 위험하다며 폐기 대상으로 치부하면서 해외에서는 한국 원전이 좋다며 사달라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였다. 문 대통령과 산업부에 원전은 국내용, 수출용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산업부가 보고서에 적시한 것처럼 우리 원전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국 원전은 풍부한 원전 건설·운영 경험과 견고한 유기적 생산·공급 과정, 높은 경제성,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갖추고 있다. 보고서를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문 대통령이 봤다면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문 대통령이 원전 세일즈에 나선 것은 10개국, 13차례에 이른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산업부 장관 세 명도 8개국을 대상으로 14차례 원전 세일즈에 나섰다. 나라 안에서는 원전을 지속적으로 배제한 대통령과 장관들이 해외 국가를 상대로는 국산 원전의 우수성을 자랑하고 다녔다. 국내와 해외에서 완전 상반되는 언행에 사기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원전 세일즈 대상인 나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마당에 원전 수출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정권이 바뀌면 탈원전을 둘러싸고 벌어진 흑막과 폐해, 범죄 여부를 낱낱이 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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