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은지 보름도 더 지났다. 이쯤 되니 작심삼일을 고백하는 이들이 속출한다. 신년 계획을 이루지 못한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다. 이대로 연말을 맞을 수는 없다. 충격 요법이 필요한 때다.
2020년, 그러니까 재작년 새해 소망을 여태껏 지켜가고 있는 강아지가 있다. 경북 경산에 사는 강아지 토리는 사람도 어렵다는 다이어트를 해냈다. 4.3kg에서 1.3kg을 감량했고 현재 3.1kg~3.3kg을 유지 중이다.

◆ 강아지에게도 비만이 '만병의 근원'
"강아지가 임신했나 보네~ 배가 바닥에 닿겠어. 힘들어서 어떡하냐" 산책을 하던 토리에게 할머니 두 분이 다가왔다. 하지만 견주 김지원 씨는 황급히 그 자리를 피했다. 토리가 수컷 강아지라는 말은 차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 눈엔 귀엽기만 한데 남들에게는 임신했다고 오해 할 정도로 뚱뚱한 강아지일 뿐이구나 생각이 들어 충격을 받았어요"
지원 씨는 그제서야 토리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토리의 배는 빵빵하다 못해 축 처졌고 목살은 세 겹 네 겹 자유자재로 접혀졌다. 게다가 걷는 모습이 뒤뚱대는 게 영 편치 않아 보였다. 조금만 뛰어도 헉헉대고 산책 중에도 몇 번이고 주저앉길 반복했다.

지원 씨는 곧장 토리를 데리고 동물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토리는 슬개골 탈구 2~3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슬개골 탈구는 몰티즈, 포메라니안, 치와와 등 소형견에서 특히 많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무릎에 있는 작고 동그란 슬개골이 대퇴골 부위에서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빠져나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특히 비만으로 하중이 증가하게 되면 관절에 그만큼 부담이 가해져 질환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토리는 몸에 지방이 많은데 다리 근육은 없는 편이라 이대로 두면 4기까지도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악화를 막는 방법은 지금의 관절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뿐인데 이를 위해선 체중 감량이 필수였다.

◆ 다이어트 성공하려면 견주 도움 필요
지원 씨는 토리의 밥그릇부터 치웠다. 토리는 원래 자율배식을 하던 강아지였다. "하루 종일 제 밥그릇에 사료가 수북이 쌓여 있으니 언젠가는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사료는 잘 안 먹고 간식으로 배를 채우려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었죠" 지원 씨는 오전 10시, 오후 6시 하루 두 번만 사료를 주고 그때 사료를 먹지 않으면 밥그릇을 바로 치워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대망의 첫째 날, 역시나 토리는 사료를 먹지 않았다. 지원 씨는 곧장 밥그릇을 치웠다. 그러자 토리는 간식을 달라고 온갖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원 씨는 간식을 절대 주지 않았다. 평소와 다른 주인의 모습에 토리는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됐고, 토리는 저녁도 먹지 않았다. "그때부터 조금 초조하더라고요. '얘가 분명 배가 고플 텐데' 걱정도 되고요.
하지만 의사선생님이 말씀해 주신 말을 혼자 계속 되뇌었어요" '강아지는 3일 정도는 굶어도 끄떡없다' 토리는 둘째 날 아침과 점심도 먹지 않았다. 지원 씨는 오기가 생겼다. 밥그릇을 곧장 치우고 토리의 불쌍한 눈을 못 본 채 했다. 배는 고픈지 물만 계속 마시는 토리가 얄밉기까지 했다. 그리고 대망의 셋째 날 토리는 사료 붓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밥그릇에 코를 박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아이고 내 새끼, 그래 이제 시작이다! 우리 열심히 살 빼보자"

평소에 먹던 간식을 갑자기 못 먹게 된 토리는 한동안 실의에 빠졌다. 간식 서랍 앞에서 하루 종일 앉아있거나, 지원 씨에게 온갖 재롱을 부리며 간식을 타내려고 애를 썼다.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어요. 하지만 토리가 지금 맛있는 것을 조금만 참으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눈 딱 감고 참았어요"
대신 관절 영양제를 간식처럼 놀이하며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노즈워크(강아지가 좋아하는 간식이나 장난감을 숨긴 후 찾게 하는 훈련법) 놀잇감에 잘게 자른 영양제를 넣어두고 천천히 찾아 먹을 수 있도록 했다.

◆ 비포 앤 애프터, 견주에게도 큰 변화
"임신한 강아지로 오해받던 토리가 남성성(?)을 되찾았어요. 다이어트는 최고의 성형이라더니, 정말 잘생겨졌답니다" 슬개골 탈구도 자연스레 좋아졌다. 강아지들은 슬개골 탈구가 있으면 뒷다리가 오다리(O자형 다리)가 되는데 그 모양이 훨씬 개선됐다. 그리고 토리는 코골이도 심했는데 강도가 많이 약해졌다. 무엇보다 식습관이 정말 좋아졌다. 하루두 번 사료를 꼬박꼬박 먹으니 간식을 찾는 일이 줄었다.

견주 지원 씨에게도 달라진 점이 있다. "토리가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서 저도 살이 쭉쭉 빠지고 있어요" 토리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실외에서만 배변을 하게 됐다. 다이어트를 위해 꾸준히 산책을 나갔더니 이제는 산책 나갈 때까지 집에서는 절대 배변을 안 하게 된 것. 지원 씨는 토리가 혹시 배변을 참고 있을까 봐 3시간에 한 번씩은 산책을 꼭 나간다. 그 덕분에 지원 씨도 걷는 시간이 많아 졌다. 토리와 함께 매일 산책 하며 운동 효과를 본 셈이다.

지원 씨의 식습관도 덩달아 개선됐다. "토리가 다이어트하는데 치킨이나, 냄새나는 음식은 도저히 못 시켜 먹겠더라고요. 저희도 양심이 있지.." 다이어트견 토리를 배려하는 지원 씨 가족은 강제 다이어트 중이라고. 물론 1.4kg 감량에 성공한 토리에게 간식은 배식되고 있다. 몸무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게 됐을 때부터 강아지 껌과 밸런스 쿠키(강아지용 다이어트 쿠키)를 챙겨줬다. 예전만큼 무분별한 배식은 아니지만, 토리가 스트레스 받지 않는 한에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 중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토리를 보면 참 기특해요. 운동도 열심히 하고.. 다이어트를 한다는 주변인들에게 많이 말해요. 우리 토리보고 자극 좀 받으라고 (웃음)" 독자 분들도 올 한 해 힘을 내 보시길. 강아지도 했다는데 다이어트 그까이꺼 못할 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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