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尹이 뿌리친 洪의 전략공천…보수 야권 뒤흔들 변수되나

"공정한 원칙에 따라 공천 입장"…尹, 洪 지분 요구 에둘러 거절
원팀 구성 원할수록 민감 뇌관…洪 우위 점하고 국면 이끌 수도
공천 잡음에 대구 민심만 부글

지난해 11월 5일 당시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오르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5일 당시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차 전당대회에서 단상에 오르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0일 같은 당 홍준표 의원(대구 수성구을)의 3·9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일부 지역 공천권 요구를 사실상 뿌리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한동안 보수 야권을 뒤흔들 새로운 이슈로 보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의원의 전략공천 제안과 관련해 "공정한 원칙에 따라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정하게 정한 기준과 방식에 따라 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놨다"고 말했다.

홍 의원의 '지분'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양수 선대본 수석대변인도 이날 예정에 없던 현안 브리핑을 열고 "공천에 대한 제안이 있었다. 훌륭한 분들을 추천해주셔 감사하다"면서도 "추천한다고 무조건 공천이 되는 것은 아니고 합리적 의견 수렴과 정당한 절차를 통해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완곡한 거절인 셈이다.

이어 그는 "과거 구태에서 벗어나 공정, 상식을 통해서만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는 국민의 엄중한 명령을 받들어야 한다는 데 홍 의원도 당연히 동의하리라 믿는다"는 말로 홍 의원을 압박했다.

홍 의원이 자신의 요구사항을 하루도 지나지 않아 거절 당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윤 후보가 '원팀' 구성을 원할수록 대선과 함께 치러질 재·보궐 선거 공천이라는 '뇌관'은 여전히 민감하게 작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후보에게 그랬듯 선거 판세에 아쉬울 게 없는 홍 의원이 교섭력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하고 국면을 어떠한 형태로든 끌고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홍 의원이 윤 후보를 상대로 협상 혹은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과정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면서 "홍 의원이 다음 정치 행보를 위해 이번에 '나를 도운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는 이미지를 챙기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선 때 당원투표에서 크게 졌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으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홍 의원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전략공천 추천 인사 제시로 해당 선거구에 출마하려는 몇몇 인사에게 확실한 견제구를 날린 것 같다"고 평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도 "윤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자연스레 윤 후보 측이 당내 주류 세력이 된다. 이번에 홍 의원이 아무 것도 얻지 못하면 그저 국회 선수만 높지 여러 의원 중 한 명에 불과해질 것"이라며 "홍 의원으로서는 '정치 1번지', '보수의 심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두 곳 중 하나라도 얻어 가고 싶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식의 공천 잡음이 또 다시 터져나오면 대구 중남구 민심이 들끓고 결국 국민의힘도, 윤 후보도, 홍 의원도 좋을 게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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