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이재명 대선 후보의 말장난, 국민이 그리 우습게 보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쏟아내는 말은 신뢰성이 없다. 어제 했던 말을 오늘 뒤집는다. 자신이 뒤집지 않으면 당이 뒤집는다. 그러니 오늘 한 말이 내일 뒤집힐 것이란 의심은 합리적이다. 이러고도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산이자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이 후보는 26일 "앞으로 일체의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한 시간 반 뒤에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 씨 '녹취록'을 공개했다. 국민의힘 비판대로 '후보 따로 당 따로'의 교활한 이중 플레이다.

이 후보는 지난 22일 "제가 (대선에서)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있는 죄도 검찰이 덮고 있는데 무슨 죄를 만드느냐"는 등의 비판이 쇄도하자 25일 "내 얘기가 전혀 아니었다. 검찰공화국을 우려한 것"이라고 말을 뒤집었다. '감옥에 갈 것 같다'는 문장의 주어(主語)는 이 후보 자신이다. 이 후보 스스로 감옥에 가야할 대상으로 '제가'라고 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자신을 두고 한 말이 아니라고 한다. 교활한 말장난이다.

이런 말 뒤집기는 이 후보가 26일 "정파와 연령에 관계없이 필요한 인재라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제시한 '통합정부' 약속도 믿기 어렵게 한다. '이재명 어법'은 그런 약속 파기를 얼마든지 가능케 할 것이다.

민주당의 주축인 '586' 용퇴에 대한 민주당 인사들의 말장난도 이에 못지않다. 김종민 의원은 23일 "586 용퇴론이 나온다. 집권해도 임명직 맡지 말자는 결의다"며 586 용퇴론을 거론했다. 그러나 26일 방송에서 '김 의원도 586인데 용퇴하느냐'는 질문에 "(인물이 아닌) 제도의 용퇴"라고 했다. 용퇴는 사람을 대상으로 쓰이는 낱말이다. 그런데도 제도의 용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태연히 뱉어낸다.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도 한심했는지 이를 '요설'(妖說)이라고 비판했다. 존경하는 박근혜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는 말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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