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런 사람 뽑지 말라" 발언 라디오 진행자 하차…"민주당 항의 때문"

SBS '시사특공대' 진행 이재익 PD 교체…'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가사 언급
SBS "시사프로 원칙 훼손 판단해 결정"…민주당 "선거법 위배 발언에 항의"

SBS 라디오
SBS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하던 이재익 PD가 더불어민주당 항의를 받고 회사 측 조치에 의해 하차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유튜브 SBS 시사교양라디오 화면 갈무리

SBS 라디오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해온 이재익 PD가 더불어민주당 항의를 받았다며 프로그램에서 하차해 논란이다.

이 PD는 6일 개인 블로그에 '작별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주말 사이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공정하지 못한 방송을 했다는 민주당 쪽 항의가 들어왔다"며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나는 걸로 회사 조치를 받아 당장 내일(7일)부터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PD는 지난 4일 첫 곡으로 내보낸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 노래 중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로 막고'라는 가사와 이에 대한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고 주장한다.

방송에서 이 PD는 해당 가사를 따라 부른 뒤 "가사가 의미심장합니다. 이런 사람은 절대로 뽑으면 안 돼요"라며 "이런 사람이 넷 중에 누구라고 얘기하진 않았어요. 여러분들 머릿속에 있겠죠. 이런 가사를 들었을 때"라고 말했다.

그는 가사를 다시 언급하며 "그런 사람을 뽑으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안 되겠죠. 누구라고 얘기하면 안 됩니다. 그럼 이 방송 없어져요"라며 웃었다.

이에 대해 이 PD는 "제가 의도한 방향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비판이었다. 내로남불은 제가 평소 방송에서 자주 분개했던 악습이고 네 후보 모두 소리 높여 비판하는 문제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래를 틀고 선곡의 의미를 자유롭게 해석하라고 청취자들에게 맡기는 것은 수없이 했던 방식"이라면서 "제 의도와 달리 가사의 메시지가 아닌 '카드'라는 단어에 주목한 분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는 경기도 공무원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키고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 PD는 "저는 물러나지만 2022년 민주주의 국가의 방송에서 그 정도 여유와 자유는 보장되기를 바란다"며 "이 글 역시 각자 다르게 해석할 것이다. 누군가는 이 글을 진심 어린 설명으로 읽고, 누군가는 구차한 변명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그래야 한다. 늘 해석의 자유는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SBS 노조도 "민주당 항의 한마디에 진행자가 교체된 것은 반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SBS는 "민주당 항의로 진행자를 교체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항의 여부와 무관하게 회사의 '공정·객관성' 기준을 따랐다는 것이다.

SBS 라디오센터는 입장문을 내고 "SBS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모든 이슈를 다룸에 있어 최우선으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정해두고 있다. 이 PD의 하차는 이 원칙이 훼손되었다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 내용에 대해 이재명 후보 캠프 측의 항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 항의는 종종 있는 일이고 이 때문에 이 PD가 하차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7일 권혁기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7일 브리핑을 통해 "DJ(이 PD)가 방송 중 이재명 후보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 후보라고 인식할 수 있는 내용으로 (언급하며) '대통령으로 뽑으면 안 된다' 이런 표현을 썼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송은 공인이 하는 것인 만큼 특정 후보를 찍어라, 찍지 말라는 것은 선거법에 저촉되는 발언"이라며 "선대위가 해당 방송국에 관련 문의와 항의를 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권 공보부단장은 또 "(이 PD에 대한) 조치는 SBS가 한 것이다. 저희가 이래라저래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PD는 2020년 6월부터 '이재익의 시사특공대'를 진행하면서 평소 시사와 예능을 오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 PD가 하차하면서 이날부터 박연미 경제평론가가 한시적으로 진행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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