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해국

박지영 지음/청어 펴냄

독립운동관련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독립운동관련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해국은 바다 주변의 초원이나 바위 틈에 핀, 보랏빛을 띠는 야생 국화다. 바닷가 근처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가을이 오면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다.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릴 듯한 가녀리고 연약한 겉모습과 달리 거칠고 짠내 나는 파도를 견딜만큼 굳세고 강하다.

이 책은 해국을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제 강점기 나라의 독립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밀정이 된 남녀와, 그의 아들딸이 6·25전쟁이라는 모진 세월을 견뎌내며 겪은 파란만장하고 가슴 저린 얘기들을 담고 있다.

배경이 되는 바다는 포항 구룡포다. 구룡포 출신의 주인공 상복은 일제의 강압과 부당함에 맞서다 목숨이 위태로울만큼의 위협을 당한다. 그 때마다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구룡포 바닷가에 피어난 수백송이의 해국. 시련과 아픔을 견뎌내고 피어난 해국처럼, 그도 독립되는 그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한다. 해국은 언제나 그곳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고향이자, 굳세고 강인한 우리 민족의 정신이다.

이 책은 박지영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지키고자 노력했던 것들이 멀어져 간다고 느껴졌던 어느날, 저자는 알 수 없는 이끌림에 해안가로 나선다. 모든 것이 쓸려나가버린 쓸쓸하고 슬픈 바다를 마주하던 그 때, 한 송이의 꽃을 만났다. 태풍을 뚫고 말갛게 얼굴을 드러낸 꽃. 누구보다 연약한 채로 태어났지만, 어떤 것에도 쉽게 굴하지 않았던 꽃. 척박한 해안가 사이에 피어나 거친 파도를 이겨낸 꽃, 바로 해국이었다.

저자는 숱한 방황을 멈추게 한 해국을 소재로 소설을 구성하고 써내려간다. 작업실이 없어 도서관과 카페를 다녔지만 글을 쓰는 내내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처음으로 끄적인 단편소설은 십여 년이 지난 오늘에야 다시 장편소설로 빛을 보게 됐다.

저자는 "오래된 기억 속에 머물러있던 작품을 다시 꺼내 작업하는 동안 내 마음에도 수많은 해국이 피고 졌다. 이제야 내 마음 속 해국을 꺾어내 함께 나누고자 한다. 해국이 누군가의 심장 속에 아름다운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나길 간절히 바라본다"고 밝혔다. 400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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