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에서 주물업체를 운영하는 A(60)씨는 요즘 들어 근심이 깊어졌다. 주요 원재자인 알루미늄 인고트 가격이 최근 1년새 80%가량 치솟았기 때문이다. 고철 가격도 t당 62만원을 상회해 지난 2020년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A씨는 "이젠 이중고, 삼중고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업계가 힘들다"며 "원자잿값이 올랐다고 판매 가격에 쉬이 반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동종업체의 부도 소식도 계속 들려온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재·에너지 가격 오름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이라는 복병까지 만난 지역의 중소·중견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달러 강세로 수입 원자잿값과 물류비 등이 증가해 오히려 지역 수출기업들의 목을 옥죄는 상황이다.
지역에서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부품업계 역시 철광석과 금속류 등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곤란에 처한 상황이다. 특히 주재료인 냉연강판은 코로나19 발생 전과 대비해 2배 이상 올랐다.
대구 자동차 부품 업체인 삼보모터스 관계자는 "전년 대비 올해 원자재 매입 비용이 2~3%나 늘었다"며 "생산성 감소와 수익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래AMS 관계자는 "고객과 직접 거래 시에는 원자재값 비용 상승분을 100% 반영하지는 못한다"며 "비용의 20% 정도 손해를 보면서 판매를 하는 게 현 상황에서 경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석탄을 태워 증기를 생산하는 염색업계는 고공 행진하는 에너지 가격에 시름하고 있다.
대구염색산단 입주기업 B사 대표는 "석탄값이 3배 가까이 올랐는데 산업용 도시가스마저 작년 1월 대비 90%나 증가했다"며 "가공료를 올리자니 주변 국가와의 단가 경쟁에서 힘들 수밖에 없는데 걱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늘어난 물류비 부담도 수출업체들의 어깨를 짓누른다. 지난달 7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109.6을 기록하며, 2009년 10월 SCFI 집계를 시작한 이래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수출 비중이 큰 지역 가공식품 제조업체 C사는 가파르게 오른 물류비로 인해 수익성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C사 대표는 "사실상 이익이 없을 정도로 채산성이 악화됐다"며 "물류비로 인한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모두 반영하면 기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을까 두려워 가격도 거의 올리지 못했다. 업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압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무역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나마 비싼 가격이라도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리 수입선을 다변화해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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