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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안의 클래식 친해지기] <7>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 회장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 회장
유대안 대구시합창연합회 회장

"너 때문에 음악이 싸구려가 됐어.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는 자연을 거스르는 속임수에 불과하단 말이야. 네 목소리는 영혼 없는 기교 덩어리야!"

영화 '파리넬리'에서 헨델은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에게 목소리가 형편없다고 질책한다. 파리넬리는 모든 여성에게 사랑받지만 카스트라토라는 신분의 자괴감이 항상 그를 짓누른다. 하지만 파리넬리는 진정한 음악을 갈구하는 열정으로 모든 슬픔을 이기고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부른다. 관객들 뿐 아니라 헨델마저 감동한다. 이 영화는 18세기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의 유명한 카스트라토 카를로 브로스키(예명 파리넬리)의 일생을 담은 음악영화로 1994년 벨기에 출신 제라르 코르비오가 감독했다.

카스트라토는 16~18세기 유럽의 성당이나 오페라에서 여성의 성부를 노래하는 남성 가수를 말한다. 카스트라토는 대부분 고아나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어릴 때 거세수술을 하여 목소리가 변성되지 않는다. 후두의 성장이 멈춰져 소년시절의 소프라노나 콘트랄로 음역을 유지하며 일반인보다 두 옥타브 이상의 넓은 음역과 풍부한 성량을 갖는다.

당시 유럽에서는 여러 도시에서 카스트라토가 활약했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도 했는데 인기에 따라 엄청난 대우를 받았다. 오페라에서는 18세기 말까지 카스트라토가 요구되었으나, 이탈리아를 점령한 나폴레옹은 카스트라토 생산과 고용을 엄하게 단속했다. 카스트라토의 관행은 19세기 말까지 계속되었는데, 교황청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1903년 교황 피우스 10세가 카스트라토 고용을 공식적으로 금지시켰다.

독일 출신의 헨델은 피렌체에 초청을 받아 3년간 머물면서 이탈리아의 음악과 오페라를 공부했다. 1711년 헨델은 자신이 작곡한 오페라 '리날도'를 공연하기 위해 영국으로 갔다가 현지의 열광적인 성원과 오페라의 성공으로 런던에 정착하게 된다. 1719년 그는 영국 귀족들에게 이탈리아 오페라를 알리기 위해 왕립음악아카데미를 창설했고 이후 10년 정도 런던은 유럽 오페라의 중심지가 된다.

헨델은 그의 모든 오페라에서 청중들에게 주제의 선율을 각인시키는 방식을 취했다. 방법은 대체로 주인공의 수동적이거나 고통의 아리아를 A에서 노래하다가 능동적이거나 고통을 적극 수용하는 아리아를 B에서 부른 후, 다시 A의 선율에 장식음을 넣어 현란하게 반복해서 부르게 한다. 이것이 A-B-A′의 다카포(D.C. 처음으로 돌아가라) 형식이다.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에서 알미레나가 부르는 '울게 하소서'를 영화 '파리넬리'에서는 카스트라토 파리넬리가 부르는데 대표적인 다카포 형식의 아리아다. 곡의 제목이나 분위기가 종교적일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라센 왕 아르간테가 알미레나에게 반해 사랑을 고백하지만 알미레나가 "나를 자유롭게 해줄 것도 아니면서 쓸데없는 소리 말아요. 차라리 내 잔혹한 운명을 탄식하며 울게 내버려 두세요"라고 짜증내면서 노래하는 대목이다.

이 오페라는 1575년 이탈리아 시인 타소가 쓴 장편 서사시 '해방된 예루살렘'을 로시가 대본으로 작성했는데 내용은 십자군 전쟁에 관한 것이다. 십자군 사령관 고프레도의 딸 알미레나는 예루살렘을 점령한 사라센 왕 아르간테와 그의 연인 이슬람 마법사 아르미다에게 납치당한다. 알미레나를 구출하기 위해 고프레도의 신복 리날도 장군이 출정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사랑과 술책, 배신이 극적으로 전개된다.

결국 리날도 장군은 알미레나를 구출하고 예루살렘을 해방시킨다는 이야기다. 이 소재는 헨델의 오페라뿐 아니라 몬테베르디의 마드리갈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전투'에서 사용되었고 륄리나 글룩, 하이든, 롯시니의 '탄크레디'와 '아르미다' 등 20여 편이나 오페라로 작곡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대구시합창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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