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의료진의 과실을 밝히기 위해 싸우고 있는 '재윤이 엄마' 허희정 씨는 1심 판결이 나온 후 한동안 법정을 떠나지 못했다. 그는 형량과는 무관하게 법원이 의료진의 '유죄'를 인정할 거라는 예상이 무너진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항소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허 씨와 1심 재판이 끝난 지난 10일부터 최근까지 여러 차례 주요 쟁점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1심 판결 당시 심정은 어땠나.
▶4년 2개월 동안 한 번도 후회를 하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소송 시작한 것을 후회했다. 그나마 1심 이후 수사기관 관계자가 판결 내용이 아쉽다며 연락을 주기도 해 위로가 됐다. 의사 직능단체에 의무기록 감정을 받은 것을 거의 다 판결에 인용했다는 것이다. 직능단체가 감정을 한 경우 대부분의 의료사고 관련 소송에서 의사의 책임을 인정받기 힘들다고 했다.
- 사건 이후 '재윤이법(환자안전법 개정안)'은 만들어졌는데.
▶의료기관에서 일정 규모 이상 중대 환자안전사고가 나면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에 신고해야 한다. 재윤이 같은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매달렸던 부분이다. 정작 법안의 발단이 된 재윤이는 의료진 과실에 따른 의료사고로 인정받지 못했다.
- 법원은 백혈병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봤다.
▶백혈병 재발을 의심할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11월 입원회수가 6회였다는 판결문과 달리 실제로는 4회였고 입원 사유도 '원인불명의 열'이 아니라 장염, 감기 등으로 치료를 받고 증상이 나아 퇴원했다. 특히 백혈병 치료 과정에서도 단 한 번도 재발이 없이 경과가 좋았고 6번의 골수검사결과가 모두 정상이었다. 시급하지 않았다.
- 약물 투약 적절성에 대해 법원이 '민사감정' 결과를 인용했는데
▶이견이 많다. 검찰에서 감정신청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서에는 수면진정제 병용 투여 시 약물간 상승작용으로 호흡억제 및 저혈압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돼 아주 주의 깊게 사용하라 하고 있다.
- 특히 펜타닐에 대한 판단이 엇갈렸다
▶펜타닐의 경우 재윤이 체중 기준 최대 용량이 42mcg(마이크로그램)이지만 75mcg가 투여됐다. 재윤이는 앞서 6회의 골수검사를 받는 동안 한 번도 펜타닐을 투약하지 않았다. 당시 고열이 있고 몸 상태가 나쁜데 무리한 투약이었다.
결정적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는 '투여된 약물의 약리적 효과와 투여 직후 증상 발생을 고려할 때 약물과 급격한 호흡곤란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해석도 내놨다. 하지만 법원은 의료진에게 불리할 수 있는 감정 결과는 하나도 인용하지 않았다.
- 환자 모니터링과 응급처치에 관한 판단도 아쉬운 대목이다
▶법원은 응급처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재측정한 산소포화도 88%를 기준으로 삼아 '이 정도까지 산소포화도의 급격한 하락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지만, 이 수준에서 청색증을 관찰하기 힘들다.
- '상황 인식'이 늦었다는 의미인가?
▶경찰조사 초기 진술에서는 산소포화도 수치가 60%대였다는 진술도 있고, 진정약물기록지에는 산소포화도가 75%로 체크돼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는 기록도 나왔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는 '산소포화도가 75%까지 떨어질 때까지 의료진에서 몰랐다면 모니터링이 적절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납득할 수 없다.
- 향후 대응은?
▶엄마로서 아이의 사망원인에 대해 납득해야 재윤이를 보내줄 수 있다. 2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다퉈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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