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 무렵, 대구 끝자락에 있는 한 농촌 마을의 어느 집은 아직까지 한 겨울이다. 골목 구석진 곳에 있는 주택에 들어서니 찬 기운이 몸을 감싼다. 현관엔 정리하지 못한 짐들이 널브러져 있고 집 안 구석구석은 곰팡이가 잔뜩 꼈다.
그때 안방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1살인 소나(가명)는 이불이 겹겹이 놓인 침대 위에서 꼬물거렸다. 소나 옆엔 베트남에서 온 엄마 히언(가명·26) 씨와 아빠 탕(가명·31) 씨가 있다. 안방 역시 냉골이다. 침대 위에 놓인 전기장판과 옆에 세워둔 작은 전열기만 어린 소나를 감싸는 유일한 온기였다.
◆돈 벌러 한국행
히언 씨와 탕 씨는 6년 전 베트남에서 공부를 하러 한국으로 왔다. 둘은 서울의 한 어학당에서 만났고 연인이 됐다. 히언 씨와 탕 씨 모두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공부를 한 뒤 번듯한 일을 구해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서울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에 나섰지만 높은 물가를 감당하긴 역부족이었다. 결국 2년 만에 서울 생활을 접고 일자리를 찾아 대구로 함께 내려왔다.
이들은 함께 집을 구해 지냈다. 각자 공장에 취직해 한 달에 170만원의 돈을 벌었지만 100만원은 꼬박꼬박 베트남에 있는 가족에게 보냈다. 둘 다 책임져야 할 식구들이 많은 데다 한국행 때 많은 빚을 지고 온 탓이었다. 남은 돈이 둘의 생활비였다. 돈을 아껴야 했기에 보일러가 없는 허름한 집에 전기장판만 켜놓은 채 살았다.
몇 년 후 아이가 생겼다. 히언 씨의 몸 상태는 나날이 나빠졌다. 입덧도 심했고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이 몸으로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었고 그런 히언 씨를 돌봐줄 사람도 없었다. 결국 탕 씨마저 일을 그만두고 아픈 아내 곁에 하루 종일 붙어 있어야 했다. 생활비는 자꾸 바닥이 났다. 먹고 싶은 게 많았지만 히언 씨는 참았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기에 돈을 함부로 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일이 터졌다. 출산을 3주 앞두고 부부는 명절을 맞아 찾은 지인 모임에서 코로나19에 걸렸다. 만삭인 히언 씨는 곧장 대학 병원으로 옮겨졌고 수술로 소나는 세상에 나왔다. 그렇게 3주가 지나고 부부는 치료를 그만 받겠다며 병원에서 나왔다. 이들은 비자가 없다. 의료보험 적용이 안 돼 병원비가 무서운 속도로 쌓였다. 결국 지인에게 돈을 빌려 내야 할 병원비 1천만원 중 500만원만 지출하고 도망치듯 나왔다.
◆냉골인 집에서 키우는 어린 딸
안방 침대 옆에는 간이 해먹이 있다. 탕 씨의 작품이다. 퇴원 후에도 좀처럼 기력을 회복하지 못해 침대에 누워 있는 아내가 조금이라도 소나를 돌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해먹에 달린 검은 줄을 가볍게 잡아당기면 해먹은 좌우로 흔들리면서 그 위에 누운 소나는 울음을 그친다.
퇴원 후 생활은 더 막막했다. 신생아를 맞이할 따뜻한 집이 없는 데다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어린 부부는 알지 못했다. 돈도 없어 아이 옷이나 기저귀, 분유 모두 힘겹게 주변 지인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구비하면서 아이를 키웠다. 출산 후 몸을 회복할 시간도 없이 쫓겨나듯 집으로 돌아왔기에 아내는 누워만 있었다. 아내와 아이 둘 다 돌봐야 했던 탕 씨는 일 대신 집안일을 모두 감당해야 했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소나의 건강이다. 대학 병원에선 소나가 문제없이 크고 있는지 정기 검사를 받으러 오랬지만 부부는 돈이 없어 갈 수가 없다. 게다가 매일 병원은 밀린 돈을 갚으라고 전화를 하는 데다 갚지 않으면 신고를 하겠다고 해 부부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소나만 아프지 않으면 좋겠지만, '집'이 소나의 건강을 위협한다. 집 위생 상태는 엉망이고 하루 종일 전기장판에 누워있는 소나는 전자파에 오래 노출된 탓인지 피부엔 자주 두드러기가 난다.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직접 물을 끓여 안방 전열기 앞에서 소나를 씻긴 다는 부부. 소나는 엄마, 아빠의 고됨을 모르는 지 방긋방긋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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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전달 내역]
◆중증 뇌병변 장애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임성준 씨에 2,142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아내와 이혼 후 두 아이를 홀로 키우다 중증 뇌병변 장애로 투병 중인 임성준(매일신문 2월 15일 자 10면) 씨에 2천142만2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최경환 30만원 ▷이병희 10만원 ▷하혜련 5만원 ▷김종균 3만원 ▷신종욱 2만원 ▷이상준 2만원 ▷김미정 1만원 ▷김순희 1만원 ▷정영숙 1만원 ▷김기만 1천원 ▷'따스한햇살' 5천원 ▷'김명숙도움' 3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뇌 대상포진과 파킨슨병까지 겹쳐 생사를 오가는 엄마 돌보는 채수연 씨에 2,321만원 성금
오랜 세월 아픈 남편 병수발로 우울증에 걸려 정신이 피폐해진 데다 뇌 대상포진과 파킨슨병까지 겹쳐 생사를 오가는 엄마를 돌보는 채수연(매일신문 2월 22일 자 10면) 씨 사연에 150개 단체 165명의 독자가 2천321만7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무지개화방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일우) 45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구미현대병원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원일산업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강내과의원(강재원)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미광종합주방(배소식) 10만원 ▷봉산성결교회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루멘안경(채양수)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안경나라 월배점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창성공업사(남정복)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종로반점 1만원 ▷하나회 1만원
▷도경희 380만원 ▷김상태 100만원 ▷이정추 60만원 ▷김진숙 배준범 각 50만원 ▷이신덕 30만원 ▷박철기 조유진 각 20만원 ▷곽용 김문오 김상태 김순향 김주영 김춘화 박용환 서준호 송인영 윤일숙 이재일 전시형 조득환 최영조 최창규 허정원 각 10만원 ▷구병국 김대중 김해윤 김효정 백미화 변대석 서정오 안대용 유윤옥 유홍주 이경자 이단우 이은주 이종하 이진술 임채숙 전우식 정원수 조현익 주광지 진국성 최상수 최종호 최한태 황영목 각 5만원 ▷강농자 강민주 김경규 김경출 김영수 박선주 박종문 변현택 서인교 송재일 신광련 신장미 이서연 이정량 이종완 전미숙 정은이 조재순 최춘희 하경석 각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김균섭 김대식 김복만 김태욱 남영희 류휘열 민윤자 박기영 박은경 박임상 배상영 서숙영 유귀녀 옥금희 이병순 이서현 이석우 이운호 이장원 이해수 이혜경 조혜란 최선태 허정 각 2만원 ▷김갑용 윤인주 각 1만5천원 ▷최정희 1만1천원 ▷강병구 고장환 권보형 권오영 권오현 권재현 김경진 김백녕 김삼수 김상근 김성옥 김수민 김종식 김태천 남기학 박건우 박미화 박애선 박태용 박홍선 배명순 배상영 백기형 백진규 변세문 변재숙 안인호 우순화 우철규 유명희 이동수 이성우 이은주 이재민 이진우 이정미 장문희 장정심 정영남 조경희 조영식 지호열 최경철 홍성균 각 1만원 ▷서제원 손희정 이순덕 조철제 최경림 각 5천원 ▷권두영 3천원 ▷이장윤 2천원 ▷조규범 1천원
▷'범물동김선우' '성모님사랑' '홍종배베드로' 각 10만원 ▷'매주5만원' 5만원 ▷'동차미' 3만4천원 ▷'지원정원' 3만원 ▷'강해만이진주' '석희석주' '채씨라는따님에게' 각 2만원 ▷'기도할게요' '조희수건강회복' '지현이동환이' 각 1만원 ▷'지성이' '채영이' 각 2천원 ▷'돼지' '편도은/우크라' 각 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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