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8만명 예상했는데 290만명 가입…청년희망적금 수요예측 실패

정부 예상의 7.6배…은행도 당혹감
은행권 "협의 없이 대상 확대…팔수록 손해인데 생색은 정부가"

최고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내는
최고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에 예상 수요의 8배에 육박하는 290만명이 가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한 은행과 모바일 앱. 연합뉴스

정부가 설계한 청년희망적금 가입자가 예상 수요의 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정부가 예정보다 수혜 대상을 늘려 가입조건만 맞으면 모든 신청자에게 가입을 허용한 영향이 크다. 그러나 이에 따른 수습 부담은 사실상 은행이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부산·대구·광주·전북·제주은행을 통해 지난달 21~25일, 28일~3월 4일까지 10일간 청년희망적금 신청을 받은 결과 약 290만 명이 가입을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해지한 계좌를 제외하고 4일 오후 6시 마감 시한까지 남은 활동계좌만 집계한 수치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가입 지원자 약 38만 명의 7.6배에 이르는 규모다.

이 적금이 사실상 10% 안팎의 금리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고 알려지면서 미리보기 단계에서 5대 은행에서만 200만 명에 이르는 청년이 가입 자격을 조회하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났다.

결국 정부는 신청 마감일까지 접수를 마친 신청자 가운데 가입 요건을 충족한 경우는 모두 적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아울러 지난해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청년을 배려해 오는 7월쯤 청년희망적금 가입을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가입자가 정부 예측 인원을 크게 초과했다는 점에서 설익은 정책을 너무 서둘러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부진에 따라 예·적금 등에 돈이 몰리는 자금 흐름 변화를 '수요 예측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들고 있다.

은행권은 정부의 수습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일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입 신청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예측 수요에 따라 당국이 각 은행에 당일 가입 할당량을 배분해주면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신청이 몰리자 '일단 오늘 신청 건은 다 받으라'는 지침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청 이틀째 당국이 '요건에 맞는 신청자는 모두 가입된다'며 대상 확대를 발표했지만, 은행권과 구체적으로 협의하거나 동의를 얻는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절차가 중요한 것은 청년희망적금이 은행 입장에서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대출금리가 평균 약 4% 정도인데, 적금에 6.0%의 금리를 주고 조달하면 당연히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가입자 급증의 부담을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고, 생색은 정부가 내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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