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울진·삼척 산불] ‘호텔로 마을회관으로’ 흩어지는 이재민들, 앞으로 생활 어쩌나

대피소 생활하던 이재민들 덕구온천 등 개별 임시거주시설로 이동…오락가락 행정에 혼선도
향후 조립식주택 지어 보급하지만 필수 가전제품 마련 등도 걱정

산불 이재민 대피소로 쓰이고 있는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불길을 피해 들어온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동우 기자
산불 이재민 대피소로 쓰이고 있는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불길을 피해 들어온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신동우 기자

"정든 집 떠났는데 어딘들 편할까요."

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들이 9일부터 대피소를 벗어나 임시거주시설로 옮길 예정이다.

경북도와 울진군 등은 이후 조립식 주택 등을 지어 각 이재민들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주택 건립까지 짧게는 2개월에서 최장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돼 이재민들은 한동안 낯선 곳에서 힘든 생활을 이어갈 전망이다.

그럼에도 8일까지 임시거주시설 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아 행정당국 역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주거시설 건립 후에도 TV나 밥솥은 물론 선풍기 등 필수 생활용품 구입 비용 마련이 쉽지 않아 한동안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7일 오후 9시 울진군은 각 대피소에서 방송을 통해 임시거주시설 이전 대책을 이재민들에게 전달했다.

당초 계획상 총 17개 대피소 305명의 이재민들 중 가장 많은 숫자가 있는 울진국민체육센터의 180명은 대부분 북면 출신임을 감안해 덕구온천호텔&리조트(북면 덕구리)로 옮기기로 했다. 나머지 지역은 각 마을별 마을회관이나 펜션·원룸 등을 이용해 임시 생활을 이어간다.

거주시설 이송을 위해 8일 오전부터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한 뒤 짐을 정리할 예정이었으나 다시 2~3차례의 방송을 통해 이주 계획이 계속 수정됐다.

결국 대선 투표일인 9일 오전 선거를 마치고 이송이 시작되기로 했으며, 신속항원검사도 대피소가 아닌 현장에서 각자 치르기로 했다. 때문에 일찌감치 봇짐을 쌌던 이재민들은 8일 이른 오전부터 다시 짐을 풀어야만 했다.

이처럼 이주 계획이 오락가락한 것은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7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울진 현장을 방문하고,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거주시설 이송을 지시하면서 갑작스레 일이 진행된 탓이다. 이날 이철우 도지사는 울진의 펜션 등을 둘러보고 비수기철 원룸과 휴양시설을 활용한 임시거주시설을 지시한 뒤 재난구호기금을 통한 이재민 주거 지원을 울진군과 논의했다.

이에 이재민들 사이에서도 임시거주시설 이주에 대해 찬반 의견이 갈리며 볼멘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울진군 북면 고목리의 전종두(58) 씨는 "뇌출혈과 전립선암으로 거동이 힘들어 화장실 이용 등 단체생활이 버겁다. 덕구온천도 좋으니 환자나 장애인을 위한 특별거주시설 마련이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북면 검성리의 정모(64) 씨는 "아직 덕구온천 주변에 불길이 잡히지 않았고, 워낙 외진 곳으로 차가 없으면 왕래하기도 쉽지 않은 곳인데 갑자기 가라니 당황스럽다"면서 "집도 집이지만, 우리는 대부분 농사꾼이다. 지금 감자 등 밭농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최소한 마을 근처에 거주시설을 마련해줘야 앞으로 생활을 이어갈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울진군은 이날 이재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덕구온천 등의 이송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 대해 마을회관 등을 활용한 임시거주시설 추가 설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재민들의 거주생활 비용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한편, 이와 별도로 국민들의 성금을 활용해 조립식 주택 건립 이후 생필품 구입 마련 비용을 충당하는 방안을 희망하고 있다.

울진군 관계자는 "산불 발생 이후 각계각층의 도움으로 생수와 컵라면 등 물품은 이미 충분히 확보했다.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거주시설을 옮기고 밥솥과 선풍기, 전기장판 등 꼭 필요한 가전제품을 마련하는 것이 남은 숙제이다. 성금 모금과 같은 이재민 아픔에 공감해주시는 국민 여러분들의 도움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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