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붉은 해를 향해 비상하는 학처럼 멀리 날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미술사 연구자

장우성(1912~2005),
장우성(1912~2005), '비학도(飛鶴圖)', 1965년(54세), 종이에 담채, 지름 58㎝, 개인 소장

학은 '두루두루' 소리를 내며 운다고 해서 우리말로 두루미다. 신선이 타고 다닌다고 믿어 선학(仙鶴), 선금(仙禽)이라고 했다. 장우성은 학의 잘생긴 모습이 우선 마음에 들고 주변에서 학을 닮았다고 해 더욱 좋아졌다고 했다.

몸이 희고 다리가 훤칠하며 정수리에 붉은 털이 있는 단정학이 우아하게 날고 있다. 단정학은 고인아사(高人雅士)의 반려동물이어서 옛 그림에 많이 나온다. 화면 왼쪽에 정갈하게 쓴 시는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지학(池鶴)' 중 두 번째 시다.

지중차학학중희(池中此鶴鶴中稀)/ 못 위의 이 학은 학 중에도 드물어
공시요동노령위(恐是遼東老令威)/ 아마 요동의 정령위(丁令威)가 아닐까
대설송지시슬경(帶雪松枝翅膝脛)/ 눈 쌓인 소나무 가지 같은 다리에
방화능편철모의(放花菱片綴毛衣)/ 활짝 핀 마름꽃 조각 같은 깃털을 덮었다
저회차향림간숙(低回且向林間宿)/ 낮게 날며 잠시 숲 속에 머물다
분신종수천외비(奮迅終須天外飛)/ 재빨리 날개 펴 하늘로 날아간다
약문고소지처재(若問故巢知處在)/ 만약 옛 집을 물어 알게 된다면
주인상련미능귀(主人相戀未能歸)/ 주인은 미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하리
을사(乙巳) 장하(長夏) 작어(作於) 화부려창(華府旅窗) 월전산인(月田散人)/ 을사년(1965년) 유월 워싱턴 객사에서 그리다. 월전산인(장우성)

장우성이 화부(華府), 즉 미국 워싱턴에서 그린 그림이다. 미국 수도라는 뜻으로 미경(美京), 발음에 따라 화성돈(華盛頓)으로 표기하던 때가 있었다. 이 시를 쓴 것은 인간세상의 변천을 탄식하는 화표학귀(華表鶴歸)의 정령위 고사가 미국의 미술을 목도하는 자신의 심경과 같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장우성은 어려서 한학을 배워 한시와 서예에 익숙했다. 1930년 19세 때 여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김은호의 낙청헌에서 그림을 배웠으나 광복 후 한학과 서예 실력에 바탕해 문인화풍으로 바꿨다. 식민지시대가 끝나자 인기있던 공필채색화가 왜색으로 평가절하 되며 전통화단의 분위기가 일변했다.

장우성은 1946년 서울대학교에 우리나라 최초의 예술대학이 생겼을 때 35세의 나이로 미술학부 제1회화과(동양화과) 교수가 됐다. 50세 때 학교에 정이 떨어지는 일들이 생겨 그만뒀고, 52세 때인 1963년 7월 홀로 미국으로 떠나 워싱턴에 3년간 머물며 '동양예술학교'를 열어 수묵화를 알리고 전시회도 열었다. 이 그림이 보여주듯 미국생활은 그를 바꾸지 못했다. 붉은 태양을 향해 비상하는 학은 자신의 문인화풍을 더욱 굳게 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미술사 연구자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진숙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컷오프설과 관련해 다양한 경선 방식을 환영한다고 밝혔으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
경찰이 다올투자증권과 다올저축은행에 대한 상호저축은행법 위반 혐의로 강제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이 사...
충남 아산에서 택시기사 B씨가 50대 남성 A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며, A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