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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새책] 쓸모 있는 음악책

마르쿠스 헨리크 지음, 강희진 옮김/ 웨일북 펴냄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 모습. 매일신문DB
대구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 모습. 매일신문DB

즐거운 만남 뒤, 상대에게 기대했던 연락이 오지 않는다. 분명 옷도 잘 차려입고, 머리도 잘 손질했으며, 특별한 말실수를 한 것 같지도 않은데. 그는 왜 내게 반하지 않은 걸까.

이에 대해 지은이는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린다. "혹시 함께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카페에 오래된 동요나 철 지난 유행가가 흘러나오지 않았나. 그가 당신을 비호감으로 느낀 이유는 바로 이 음악 때문일 수 있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교와 인스브루크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음악은 확실히 호감도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찰스 다윈도 음악이 발달한 건 진화론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며, 더 어렵고 복잡한 음악일수록 연주자의 매력이 더 커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지은이는 분명히 푹 잔 것 같은데 아침엔 어김없이 찌뿌둥하다면 알람 음악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귀에 거슬리는 경고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하루종일 되는 일이 없고, 업무적으로나 인간관계 면에서도 모든 게 이상하게 꼬인다는 것이다. 지은이의 어림짐작이 아니라, 호주 왕립 멜버른공대 연구팀이 증명한 결과란다.

뿐만 아니다. 스웨덴 연구진이 14년간 1만여 명을 대상으로 공연 관람 횟수와 수명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공연장을 자주 찾을수록 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낮았다고 한다. 음악이 치매 환자의 뇌기능을 개선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음악을 들으면 멜로디와 가사를 저장하는 뇌 공간이 치매로부터 공격받지 않을뿐더러, 다른 부위에도 긍정적 자극을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만 유독 음악에 반응하는 걸까. 이에 대한 재미난 연구 결과가 책에 있다.

수십 년 전부터 학자들은 음악과 우유 생산량 사이의 함수를 연구해왔다. 1936년 어느 학자가 젖소들에게 이탈리아 성악가 엔리코 카루소의 노래를 들려줬다. 개중엔 '소녀여, 소녀여,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소녀여'란 가사가 포함된 노래가 있었는데, 연구자는 특히 그 노래가 암소들의 마음에 들 것이라 믿었다.

그 결과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실제로 우유 생산량이 평소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던 것이다. 하지만 생산량 증가 원인은 젖소가 아닌 젖을 짜는 인간에게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기분이 좋아진 인간의 팔이 좀 더 리드미컬하고 빠르게 움직인 것이었다.

영국의 레스터대학교 연구팀이 내놓은 결과도 재미있다. 연구진은 우유 생산량과 음악의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기존보다 더욱 체계적으로 접근했다. 표본 집단 규모도 이전보다 훨씬 커진 1천 마리의 소를 동원했다. 그 결과 클래식과 록발라드가 젖소들의 취향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곡의 빠르기는 100bpm쯤이 적당했다. 그러면서 우유 생산량도 늘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이 연구결과를 뒤집는 반증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내 삶을 최적화하는 상황별 음악 사용법'이 이 책의 부제다. 지은이는 최신 뇌과학‧심리학·인류학 등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음악과 인간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음악을 통해 일상을 잘 꾸려가는 방법을 소개한다.

"음악을 들으면 개인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운동, 다이어트,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밤에 일찍 잠들기, 집중하기, 창의력 발휘하기 등 다양한 결심에 음악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280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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