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권태주(축산항어시장 천리미항당 대표) 씨의 아버지 고 권경창 씨

대구서 자취하는 자식 돼지고기 먹이려고…버스 타고 하교 시간 맞춰 오셨지요

아들 권태주(서 있는 사람) 씨가 휠체어에 탄 아버지 고 권경창 씨를 모시고 6·25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가족 제공.
아들 권태주(서 있는 사람) 씨가 휠체어에 탄 아버지 고 권경창 씨를 모시고 6·25 관련 행사에 참석했다. 가족 제공.

무척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랑하는 아버지!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계실 때 90세 생신을 맞아 코로나19 사태로 면회가 허용되지 않아 편지를 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아버지는 저희 4형제를 비롯한 사랑하는 가족들의 곁을 떠나 하늘나라 먼 길을 가셨습니다.

그동안 제가 아버지께 편지를 쓴 횟수를 세어봤습니다. 첫 번째는 태수 동생이 고등학교 다닐 때 1977년경 대구 대신동과 효목동에서 자취하면서 유학하던 시기였고, 두 번째는 1980년 공군 입대로 대전 공군교육사령부와 강릉 18전투비행단에 근무할 때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이 너무나 많이 나서 거의 매일 편지를 보냈지요.

세 번째는 아버지가 요양병원 계실 때 생신을 맞이해 안부를 여쭸던 편지입니다. 이번이 네 번째 편지가 될 텐데, 아버지께서 직접 받아보시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하늘나라에서는 다 보실 수 있지 않으실까 하여 그리움을 담아 몇 글자 적어 봅니다.

매년 아버지 생신 때마다 저와 태수, 태화, 태우 4형제, 그리고 며느리, 손주, 손녀들까지 함께 모여서 다용도실에 설치된 노래방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생일축하노래 반주에 손주들 웃음소리와 함께 손뼉 치면서 생신을 축하드리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지요.

아버지와 헤어진 후 첫 생신이었던 지난해 12월에 어머님과 함께 호국원에 계신 아버지 영전에 참배했고, 남은 가족들이 모여 아버지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식과 함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시간을 보냈는데 아버지도 저희들도 생신날을 쓸쓸하게 보낸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쓸쓸함이 계속될 것 같아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아버지, 혹시 그 때 생각나시나요? 태수 동생과 대구에서 공부할 때 아버지가 마을에서 돼지를 잡은 사람에게 구했다고 하면서 돼지고기를 간장통에 담아서는 오전에 농사일하시고 오후에 출발하여 당시 비포장도로였던 시기에 버스를 타고 제가 학교수업 마치는 시간에 맞춰서 저녁시간에 대구까지 아들 먹인다고 갖고 오셨던 일이 있었지요.

그 때 제가 효목시장에서 짜장면 재료를 사서 갖고 오신 돼지고기와 함께 직접 만들어서 먹었는데 아버지가 "여태껏 먹어본 짜장면 중에서 제일 맛있다"며 칭찬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평소 딸자식이 없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오로지 아들 4형제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일만 하시던 아버지가 노환에 거동마저 못하시고 힘들어하실 때에는 자식들이 어떻게 해드릴 방법이 없어 눈물만 났었습니다. 병마와 싸우시며 거동이 되지 않아 집에서 누워만 있을 때 어머님과 제가 대소변 받아내고 기저귀 갈면서 머리 감기고 뜨거운 수건으로 몸을 닦아드리고 로션 발라드리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죠.

그러다 어머니까지 다치셔서 병원신세를 지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아버지를 요양병원으로 모시게 됐는데 폐렴증세로 종합병원 응급실에 수차례 입원할 때마다 코로나검사 때문에 불안해하며 슬퍼하시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식으로서 정말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권태주 씨의 아버지 고 권경창 씨가 손주 권종환 씨의 미국 박사학위 졸업 당시 입은 학위복을 입고 즐거워하는 모습. 가족 제공.
권태주 씨의 아버지 고 권경창 씨가 손주 권종환 씨의 미국 박사학위 졸업 당시 입은 학위복을 입고 즐거워하는 모습. 가족 제공.

아버지가 쾌차하시면 아버지와 지난날 추억담도 두런두런 나누고 어머님과 함께 평소에 좋아하셨던 곳에도 찾아가려고 했었답니다. 아버지 젊은 날의 고생으로 결과물인 '제자리를 잡은 자식들의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었기 때문입니다. 장손인 종환이도 미국에서 박사학위 받고 직장 잘 다니고 있습니다.

막내 태우도 대구에 살다가 퇴직하고 얼마 전 영덕읍 천전리에 집을 지어서 이사 오고 터를 잡았습니다. 아버지가 하늘나라 가신 후 둘째 태수도 정년퇴직하고 얼마 전에는 국가자격증도 취득하였고 손주 도훈이도 공무원시험에 합격했고, 셋째 태화 둘째딸 소연이도 올 가을에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과 결혼식을 올린답니다.

아버지, 평생 저희 4형제들 키우느라 고생만 하셨는데 이제는 저희 곁을 떠났으니 아프지 마시고 호국원에 계시는 친구들과 함께 편히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곁에서 동반자로 살아오신 어머님은 저희들이 잘 모시겠다고 약속을 드리면서 4형제와 며느리, 손주, 손녀들은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할 겁니다.

아버지! 님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맏아들 태주 올림

◆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전화: 053-251-1580

▷이메일: lhsskf@imaeil.com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