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리로 나오는 확진자들…"열심히 격리하는 사람만 손해"

최근 한달 동안 대구에서 적발된 무단 일탈 신고 2건뿐
"정부가 방역 관리 자체를 거의 포기한 상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천만 명에 육박한 22일 오전 대구 북구보건소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매일신문DB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천만 명에 육박한 22일 오전 대구 북구보건소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매일신문DB

이달 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학생 A씨는 부모님과 여동생이 함께 사는 집에서 일주일간 자가격리 생활을 했다. 본인 방에서만 지내던 A씨는 격리 막바지쯤 몸이 좀 나아지자 밖에 나가 바람을 쐬고 왔다. A씨는 "격리 5~6일 차 밤에 너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며 "월드컵경기장 높은 곳에서 잠깐 별만 보고 왔다"고 말했다.

자취방에서 혼자 격리 생활을 보냈던 B씨 역시 잠깐 외출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B씨는 "하루 세끼를 배달음식으로 시킬 수도 없고 지원 금액과 물품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었다"며 "잘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격리하는 사람의 고충이 있었다. 편의점에 가서 식료품을 잠깐 구매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격리 지침을 어기는 확진자가 늘면서 자가격리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확진자는 7일간 입원 또는 격리해야하며 이를 어기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 1천만원 이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방역 당국이 확진자들의 휴대전화에 설치한 GPS 기반 애플리케이션과 담당 공무원의 전담 관리로 무단이탈을 적발했다. 하지만 정부가 재택치료자 및 밀접접촉자 관리 기준을 대폭 완화한 지난달부터는 격리자에 대한 감시 체계가 사라지고 인근 주민들의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는 온전히 개인의 양심에만 맡겨둔 상황"이라며 "매일 수십만명 쏟아지는 신규확진자와 누적 확진자를 다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방역 지침도 너무 자주 바뀌고 한정된 인력에 비해 단속해야 할 것들도 너무 많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관리 기준이 변경된 지난 2월 9일부터 이달 7일까지 대구시가 각 구·군에 자가격리 의무 위반 적발 사례를 조사한 결과, 북구에서만 주민신고로 2건이 발견됐다. 대구시는 제대로 격리하지 않은 사람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매달 초마다 확인할 계획이다.

전문가들도 정부가 방역 관리 자체를 거의 포기한 상태라며 자가격리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칠곡경북대병원 송정흡 예방의학과 교수는 "유례없이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는데, 조금씩 사회적 거리두기도 느슨해지고 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이미 정부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사람들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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