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전체가 잿더미가 됐던 경북 울진군 북면 신화2리는 벌써 봄기운이 완연했지만, 시커멓게 불에 탄 소나무와 주택 등은 그날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역대 최장 기간, 최대 규모 피해를 입은 울진 산불 이재민들(13가구 22명)이 임시주택에서 첫 날을 보내고 30일 아침을 맞았다.
마을회관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던 주민들은 "대피소를 벗어나 임시지만 집으로 돌아와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 정부와 울진군 등 각계각층의 성원에 너무 감사드린다. 하루빨리 우리 터전에 집을 지어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그날의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민들은 그래도 작은 보금자리가 만들어진 것에 대해 안도했다.
임시주택에는 문패 대신 주민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임시주택은 방 1개와 주방 겸 거실, 화장실이 딸린 24㎡ 규모로 2, 3명이 지낼 정도다.
내부는 여름을 대비해 벽걸이형 에어컨을 비롯해 냉장고, 드럼세탁기, 전기밥솥, 전자레인지, 식탁이 등이 마련돼 주민들이 지내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꾸며져 있다.
이복자(82) 씨는 "마당 넓은 큰 집에 살다가 임시주택으로 옮겨 불편하지만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지낼 것"이라며 "다만 새 집이라서 아직 냄새가 많이 나고 바닥 소리가 삐걱거려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종가 며느리인 주선애(71) 씨는 "불이 나자 몸만 빠져 나오는 탓에 제기와 병풍 등 제사도구가 몽땅 불에 타버려 얼마 전 제사도 못 지내 조상님 뵐 면목이 없었다"며 "임시주택이지만 이곳에서 제사를 모실 수 있게 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현관문이 누르는 비밀번호식인 탓에 고령의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외우기 힘든 비밀번호식 대신 손에 익은 열쇠방식으로 교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울진군은 주민 불편을 감안해 조만간 열쇠방식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재민으로 임시주택에 입주한 전호동(53) 이장은 "임시주택 입주로 당장 지낼 곳이 해결돼 다행이지만 앞으로 최소한 1, 2년을 이곳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육체적인 안정과 함께 심리적인 안정이 더 필요한 만큼 주민들이 마음의 상처를 씻을 수 있도록 심리치료가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이장은 또 "임시주택 공간이 협소해 농사철을 앞두고 농기계를 보관할 공간이 없다"면서 "마을 공동 창고를 하루빨리 만들어 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날 마을지킴이인 성황제사와 지신고사를 올리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이승우 행정안전부 차관도 이날 임시조립주택을 찾아 이재민을 위로하며 "정부에서도 복구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고, 울진군도 주민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임시주택 등의 세심한 지원과 조속한 복구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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