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팽한 줄다리기를 상상해보자. 줄이 끊어질 듯 늘어나며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둘 중 어느 하나가 줄을 잡고 있던 손을 살짝 놓는다. 둘 사이를 지탱하던 밸런스가 깨지고 순식간에 상황은 전도된다.
아트스페이스펄(대구시 중구 명덕로35길 26 2층)에서 열리고 있는 정문경 개인전의 주제 '오프 밸런스'(Off Balance)가 의미하는 바다. 전시에 놓인 모든 오브제는 정 작가가 겪은 극한의 심리 상태 속 스스로를 가둔 벽과 틀을 깨고 그에게 새로운 생각을 준 것들이다.
이번 전시에서 정 작가는 12점의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Akimbo'는 자그마한 인형 12개가 회전을 반복하는 작품이다. 인형들은 작고 연약해보이고 싶지 않으려는 듯 손을 허리에 얹고 가슴을 크게 부풀린 모습이다.
'Lost Title'은 작가가 실제로 자신의 집 다락방에 있던 오래된 책을 벽에 못박았다. 세월이 흐르며 껍데기가 벗겨져 제목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된 이 책은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지만 속으로 많은 얘기를 담은 작가 자신의 모습을 반영한 듯 강렬하게 다가온다.

우리에게 친숙하고 귀여운 인형을 스캔한 'Untitled'도 작가의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 마치 벽 너머의 세계에 갇혀 절규하는 듯한 인형의 모습에서 공포와 억압, 소통의 부재를 느낄 수 있다.
'입 속의 검은 잎' 작품은 기형도 시인의 시와 제목이 같다. 작가들이 각자의 입에 맞게 제작한 마스크를 쓰고 작업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입만 뻥긋거린다. 입이 제 기능을 함에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모습을 전한다. 코로나19 이전인 2015년에 작업한 작품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정명주 아트스페이스펄 대표는 "사회현상에 대한 깊은 고민과 자신이 추구하는 지향점에 다가가고자 하는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 작품들"이라며 "그러한 고민을 자신의 추억과 관련된 재밌는 오브제들로 표현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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