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기고] 北 미사일, 尹정부 출범, TK

윤광섭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위기판단관(사진 왼쪽), 정영만 자유총연맹 대구지부 회장
윤광섭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위기판단관(사진 왼쪽), 정영만 자유총연맹 대구지부 회장

대북 유화, 저자세 일변도였던 문재인 정부의 퇴장과 원칙론·자강론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미사일 도발 등 북한의 무력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따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핵실험 전망마저 나오는 등 북한의 도발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국방 및 대북 문제 전문가인 윤광섭 전 국가안전보장회의 위기판단관(육사 34기)과 정영만 자유총연맹 대구지부 회장으로부터 최근 안보 상황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칠곡 다부동전투, 영천 신녕전투, 경주 안강전투 등을 치러내며 낙동강방어선을 지켜내 대한민국을 공산화로부터 막아낸 호국의 고장 대구경북민들에게는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이 다른 지역과 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편집자 주〉

▶윤광섭 - 북한의 도발과 윤석열 새 정부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의 잇단 북한 미사일 도발은 앞으로 남북 관계에 대한 모든 책임을 한국 정부에 떠넘기려는 성격이 매우 짙다. 한국 내부 친북세력에 힘을 실어주고 새 정부의 지지 기반을 흔들어 보겠다는 소위 '통일전선'에 기반한 심리전 성격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특히 바이든 미 대통령의 빠른 방한과 정상회담에 응해 온 것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며 모종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 할 것이다.

즉 지금껏 북한은 한반도 평화문제에 있어 그 주체는 어디까지나 미·북이고, 남·북은 보조적 위치에 있다고 치부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 5년을 겪은 한국의 새 정부는 결코 이러한 잘못된 구도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며 남북 관계를 새로이 정립하여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뜻을 뚜렷이 보이고 있어 북한으로선 일찌감치 쐐기를 박아놓으려는 것이다.

특별히 주목할 점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나 북한 군부의 실전용 전술핵무기 사용 위협 발언은 한반도 안보상황을 어둡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월25일 창군열병식에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 선제타격을 언급했다. 핵무기는 이제 마냥 '억제'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북한은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가. 필자가 본 북한군 전술교범에는 핵전(核戰)에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기술하고 있었다. 북한이 이미 오래 전부터 핵전 상황을 가상해 왔다는 방증인 것이다.

이러한 대남전략의 큰 틀에서 북한은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보고 그 화살을 한국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 핵개발은 이제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결국 북한 핵개발은 대남전략·통일용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즉 미국과는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 전략적 억제를 이루고 궁극적이자 유사시는 한반도에서 손을 떼게 하는 한편 한국에는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위협을 병행함으로써 남북 관계를 주종 관계로 분명하게 자리매김하고 나아가 전 한반도를 김일성 주체국가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새 정부가 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근본적 대책을 본격화하는 일이다. 북한 비핵화는 윤석열 정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안보 현안이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중요한 계기로 삼고 동맹가치를 공유한다는 차원에서 모든 대안을 솔직하게 터놓고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기를 기대한다.

북한 핵문제는 이제 몇몇 전문가의 영역이나 정권의 성격을 벗어나 국민적 선택의 문제가 됐다. 북한발 핵위협과 공포는 핵전쟁에서도 이겨야 진정한 평화를 가져온다는 국민적 각오를 요구하고 있다. '적이 공격하지 않을 것을 믿지 말고 나의 대비가 잘 되어 있음을 믿어라'는 손자(孫子)의 경구를 새길 때이다.

▶정영만 - 윤석열 정부, 자강 만이 답이다

국가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시기에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마냥 축하하고만 있을 수가 없다. 특히 북한은 기대를 걸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싱가폴 회담에서 좌절을 맛본 뒤에는 오직 미사일로만 존재를 나타낼 정도로 각 단계의 첨단미사일을 계속해서 발사하며 실험하고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명확한 것은 계속해서 더욱 위협적 모습으로 변해갈 것이란 점이다. 원칙 있는 대북 관계를 표방하며 새로이 탄생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북한 내부의 결속과 대외 과시가 목적이던 미사일 행진은 멈추지않고 계속될 것이므로 우리 스스로 자각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선은 자강이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해져야 한다. 산업 분야에선 첨단무기산업(밀리테크) 집중도를 높여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삼성·LG·한화 등의 방위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방위산업이 국가 중추산업이 되게 함으로써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지난 십수 년 동안 인식 부재로 젊은 미래세대의 안보관이 약해져 있는 만큼 중·고교생들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 교육, 세계관 재정립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호국의 성지, 안보의 보루인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과는 다른 만큼 지역 안보역량 강화에도 더 많은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

다음은 국제관계에서의 자강이다. 그 첫 번째가 미국과 포괄적 동맹관계 구축이다. 6·25 이후 이승만 정부가 해낸 견고한 한미 군사동맹이 없었다면 한강의 기적이 가능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한미동맹은 전쟁 발발시 미국 의회의 인준 없이도 곧바로 미군이 개입하는 더 높은 수준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는 결국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신감을 갖고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미·중 경쟁과 러시아의 재부상 등 세계 역사의 변곡점이 될지도 모를 이 시점에 출발하는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 우리 스스로 강해져야만 하는 자강과 높은 수준의 포괄적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 북한을 동반성장 파트너로 삼는 자신감과 설득력 있는 윤석열 정부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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