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곡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국내 소비자물가로 고스란히 반영되면서 '식량 안보'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곡물 중 쌀을 제외하곤 밀·옥수수 등 상당수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 밀 수출 비중의 25%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2월 말 전쟁을 치르기 시작하자 1월 톤(t)당 284달러였던 밀 가격은 이달 5일 기준 403달러까지 치솟았다. 두 달 새 41.9% 뛴 것이다.
밀 등 곡물 가격 상승이 식료품 가격에 반영되고 또다시 외식 물가에 반영되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상승했다.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은 이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기정사실이 됐다.
지금까지 밀 등 곡물 가격 상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었지만, 고착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식량 안보에 먹구름이 드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 곡물 가격 지수는 전월(170.1)에 사상 최고치를 찍은 이후 0.4% 하락한 169.5포인트(p)를 나타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세계곡물가격 변동성과 식량안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곡물의 가격 상승은 생산 지역의 편중성, 교역의 특수성, 독점적 곡물 시장 구조 등 요인으로 인해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 생산국들의 '식량무기화'가 국제정세에 따라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스위스의 경우 국민에게 식량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이미 2017년 연방헌법에 식량안보 규정을 명시했다면서 우리나라도 관련 규정을 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국가의 기본 책무인 식량안보 정책이 일관된 기조로 시행될 수 있도록 국가재정법에 명문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도 식량 안보에 대해 강조했다. 정 후보자는 최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쌀에 편중된 자급 구조를 밀과 콩 등 주요 곡물로 확대해 식량 주권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밀·콩 등 국내 생산기반과 비축 인프라를 확충해 쌀에 편중된 자급 구조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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