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버이날, 누군가의 어버이를 도왔다…버스 안 쓰러진 노인 돌본 계성고 학생

계성고 2학년 최현주(16) 양, 구급대 도착 전까지 버스에서 쓰러진 시민 돌봐
평소에도 학급반장으로서 매사 솔선수범, 주변 친구 위하는 마음 깊어

대구 계성고 2학년 최현주(16) 양. 독자 제공
대구 계성고 2학년 최현주(16) 양. 독자 제공

지난 8일 어버이날 대구 한 고등학생이 버스 안에서 갑자기 쓰러진 노인을 응급 처치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계성고 2학생인 최현주(16) 양이다. 이날 오후 2시쯤 최 양은 초등학교 1, 3학년인 두 동생을 데리고 어버이날 선물로 꽃다발을 산 뒤 410-1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중구 한 승강장에서 버스에 탄 최 양의 앞자리에 앉아 있던 A(64) 씨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쓰러졌다. 동성로에서 헌혈을 하고 집으로 가던 A씨는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을 느끼다 버스 안에서 정신을 잃었다. 창백하게 굳은 A씨의 모습에 승객들은 당황해 어쩔 줄 몰라했다.

이를 본 최 양은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다. 이어 대구고 인근 승장강에 A씨를 부축해 내렸다. 119상황실의 지시대로 최 양은 A씨를 그늘이 있는 의자에 눕혔다.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까지 두 팔로 A씨의 다리를 높게 들어 하체에 몰린 혈액을 심장으로 흘려 보내는 조치를 했다.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당시 A씨의 수축기 혈압은 95㎜Hg(수은주 밀리미터·혈압의 단위), 산소포화도 92%로 활력 징후가 정상보다 낮은 상태였다.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A씨는 대화와 거동이 가능할 정도로 의식을 회복했고, 무사히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버스에서 A씨 뒤에 앉아 있었고, 이러한 과정을 모두 지켜본 시민 이영미(51) 씨는 "A씨를 손으로 받친 채 주변에 119 신고 요청을 했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가 없었다"며 "어린 학생이 가장 먼저 나서서 침착하게 신고를 하고 지시에 따라 A씨를 돌보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했다.

최 양은 "먼저 나서는 사람이 없어 나라도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신고하고 119가 오기 전까지 할아버지를 돌봤다"며 "그날은 어버이날이었고 그 전날은 할머니 생일이었다. 떨어져 지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생각나 더 마음이 쓰였다"고 했다.

한편, 학급 반장인 최 양은 평소에도 친구들을 위해 매사 솔선수범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대구시로부터 효자상을 받기도 했다.

최 양의 담임 교사 B씨는 "현주 학생은 학기 초 반장이 되기 전에도 학급을 위해 필요한 각종 물품들을 구비하는 등 주위 친구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은 편이다. 친구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자신의 일처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학생"이라고 말했다.

박현동 계성고 교장은 "평소에 응급 상황에 대비한 안전 교육을 매년 실시하고 있는데 그 교육이 실제 긴급 상황에서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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