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성범죄와 성비위(性非違)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비위'(脾胃)가 상했다. 3선 국회의원이 자신이 임용한 보좌관을 상대로 저지른 성범죄는 소속 정당이 긴급하게 제명할 정도로 심각한 범죄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를 '성비위(非違)'라는 생소한 표현을 사용하면서 축소 왜곡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을 불러낸다.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강조하던 자들이 여성운동 경력의 여성 국회의원이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박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하 직원을 상대로 자행한 성범죄는 권력을 이용한 추악한 성범죄였다.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사건도 자신이 임용한 여성 보좌관을 상대로 한 성범죄라는 점에서 본질은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박 의원은 민주당이 긴급 제명을 발표한 이후 침묵하다 15일 "어떠한 희생과 고통이 있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성범죄 의혹을 부인했다.

아마도 박 의원과 같은 사례의 국회에서의 성범죄는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민주당에서만 벌어지는 일도 아니다. 진보정당이라는 정의당에서는 당 대표가 성추문에 휩싸여 사퇴한 바 있다.

이쯤 되면 정치권이 권력형 성범죄의 온상이라는 지탄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그런데도 실제로 국회와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성범죄는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성범죄를 '성비위'라 칭하고 성범죄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호도하는 것이 일상화된 집단이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어하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선 김경율 회계사는 민주당을 직격한 바 있다.

"전형적인 민주당의 태도는 첫째, 철저하게 은폐한다. 둘째, 은폐가 실패하면 조작한다. 셋째, 조사·수사하기 위한 조직들을 무력화한다."

용어는 본질을 좌우한다. 성범죄는 성희롱과 성추행, 성폭행 등을 지칭하나 성비위는 성추문 전체를 포괄하지만 애매모호하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여배우 스캔들 역시 성비위에 속한다. 권력형 성범죄를 성비위라고 표현하는 것은 성범죄를 왜곡 축소하려는 의도가 있다. 'n번방' 사건을 추적한 '20대 청년'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왜 지금 그 자리에 자신이 있는지 곰곰이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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