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생존율 낮은 폐암…표적 치료제로 전이 최소화

5명 중 1명 폐암 진단 때부터 전이된 상태
표적 치료제 '레이저티닙', 뇌 전이 진행 확률 최소화

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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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들 중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암은 폐암이다. 폐암의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은 지난 2010년 31.3명에서 2020년 36.4명으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폐암은 진단 시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에 속한다. 따라서 종양 발생 위치, 유전자 변이 등에 따라 세분화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증상 거의 없는 폐암

폐암의 조기 증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 폐암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암세포가 덩어리를 형성하거나 호르몬을 생성할 때, 또는 다른 곳으로 전이될 때 증상이 나타난다. 폐에서 암세포가 점차 커지면서 기관지를 막게 되면 기침, 가래, 각혈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신경철 영남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영남대학교병원장)는 "암세포가 뇌에 전이됐다면 두통, 어지러움 혹은 몸이 한쪽으로 기울거나 축 처지는 증상을 보인다"며 "척추나 골반, 갈비뼈 등 뼈 전이가 진행된 경우 심한 통증과 잦은 골절이 일어난다. 간이나 복부에 전이되면 둔통을 느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신경철 영남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영남대학교병원장). 영남대학교병원 제공
신경철 영남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영남대학교병원장). 영남대학교병원 제공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

폐암은 병리조직검사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된다. 소세포폐암은 말 그대로 암세포가 아주 작고, 핵이 큰 특징을 보인다. 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11% 정도를 차지한다. 과거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엑스레이 등으로는 조기 진단이 어렵다. 따라서 대부분 병이 이미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아 예후가 무척 좋지 않은 편이다.

소세포폐암으로 분류할 수 없는 폐암을 모두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한다. 비소세포폐암 중 국내에서 가장 흔한 종류는 선암(샘암)과 편평상피세포암이다. 편평상피세포암은 과거에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주요 발병 원인은 흡연으로, 담배 연기가 가장 먼저 접촉하는 기관지에 주로 발생한다.

신 교수는 "선암은 폐의 깊숙한 곳인 폐포나 작은 기관지에서 발생하며 증상이 거의 없다"며 "주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며, 흡연 이력이 있는 사람보다는 흡연 이력이 없는 사람, 흡연자보다는 금연한 지 오래된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뇌 전이, 재발 시 생존율 낮아

폐암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초기 폐암 환자는 20~30%에 불과하다. 5명 중 1명꼴로 초기 진단 때부터 이미 전이가 진행된 상태에서 병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장 뇌 전이가 없더라도 폐암 환자의 약 40%는 뇌 전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폐암은 항암 치료를 진행해도 6개월 이내에 재발하기 쉬우며 뇌 전이, 뼈 전이 등을 동반할 수 있다.

담배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담배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국내 폐암 치료 현황은?

국내 항암 분야에 표적 항암 치료제가 들어온 지는 20년이 넘었고, 폐암 치료제는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왔다.

폐암의 대표적인 유전자 변이라고 할 수 있는 'EGFR'(표피성장인자 수용체)을 표적하는 치료제에는 '오시머티닙' 과 '레이저티닙'이 있으며, 이중 레이저티닙은 국산 신약(렉라자)으로 개발돼 지난해 허가를 받았다.

현재 레이저티닙은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해당 치료제로 70% 이상의 환자들에게서 종양 크기가 감소하는 것이 확인됐으며, 암이 줄어든 상태에서 효과가 지속되는 기간은 13개월을 기록하는 등 치료 반응률이 높은 편이다.

또한 항암제임에도 암 환자들이 흔히 걱정하는 부작용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1, 2세대 표적치료제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상당히 완화돼 환자들이 부작용 부담을 덜고 복용할 수 있는 것이다.

신 교수는 "뇌 전이가 발생한 환자에게도 레이저티닙은 효과적이다"며 "뇌 전이가 없는 환자에게는 뇌 전이로 진행될 확률을 최소화해주며, 이미 뇌 전이가 진행된 환자에게도 종양의 크기를 확연하게 줄이거나 완전히 없애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뇌는 보호를 위해 막으로 쌓여 있어 약물이 도달하기 어려운데 레이저티닙은 뇌 투과성이 좋아 뇌 전이에 효과적이다"며 "효과가 좋은 경우에는 전이된 종양이나 암세포가 없어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조기 폐암 검진이 중요

1기 폐암은 5년 생존율이 평균 80%에 달하지만, 2기 이상부터는 50% 중반대로 감소한다. 병기가 진행됨에 따라 생존율이 3기 30%, 4기 5% 미만으로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폐암은 조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

조기에 폐암을 발견하는 방법은 현재 CT 검사가 거의 유일한 방안이다.

현재 정부는 국가암검진사업으로 만 54~74세 중 30갑년(하루 한 갑씩 30년 담배를 피움)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남녀 고위험군에게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 검사를 받도록 권장한다.

다만 국가 검진사업을 비롯한 폐암 검진 대상이 흡연력이 있는 고연령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비흡연자나 폐암 발병 원인에 노출 위험이 높은 여성은 폐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적은 것이 현실이다. 폐암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개선해 흡연자가 아니더라도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을 권장해야 하는 대목이다.

신 교수는 "특히 대구경북 지역은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검진률이 낮은 편인데, 이는 비단 폐암뿐만 아니라 다른 만성 질환을 조기 진단할 기회를 상실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움말 신경철 영남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영남대학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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