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현장은 원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검게 불타 있었다.
2층 벽면과 출입문, 각종 사무실 집기류는 상당수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고, 천장 마감재 역시 곳곳이 떨어져 나가거나 아슬아슬하게 모서리만 매달려 있었다.
10일 오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본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방화 사건이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합동 정밀감식을 진행했다. 일부 취재진도 이들과 동행해 현장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참혹한 화재의 흔적은 건물 입구로 들어선 직후부터 뚜렷하게 나타났다. 내장재나 집기류가 새카맣게 불타면서 생긴 그을음은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까지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계단에는 깨진 유리가 곳곳에 흩뿌려져 있어 다급했던 화재 진압 상황을 짐작하게 했다. 소화 과정에서 뿌린 물은 바닥 그을음과 만나 먹물처럼 변해 있었다.
이날 현장 감식에선 증거 훼손을 막고자 화재가 최초 발생한 사무실 내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입구와 가장 가까운 사무실 외벽과 집기류 대부분이 타버린 상황이 화재 규모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사무실은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조밀한 구조였고 복도 역시 성인 4, 5명이 간신히 설 수 있을 정도로 좁은 편이었다. 화재 당시 대피가 어려웠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스프링클러도 설치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범행에 사용된 인화물질은 휘발유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국과수와 합동으로 연소 잔류물에 대해 감정한 결과 휘발유 성분이 검출됐다. 또한 방화 용의자인 천모 씨가 휘발유를 여기저기 뿌리고 불을 질러 순식간에 화염이 사방으로 확산한 것으로 추정됐다.
사고 현장에선 휘발유를 담은 것으로 보이는 유리 용기 4점이 수거됐고, 길이 11cm 흉기도 발견됐다. 경찰은 국과수에 유리 용기와 흉기 등의 감정을 의뢰했다.
앞서 사망자 가운데 남성 2명의 배 등에서 칼에 찔린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사망자 7명에 대한 부검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국과수와 경찰 등은 방화 관련 잔류물을 확보하고 화재 원인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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