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마녀2’

문화부 jebo@imaeil.com

매일신문 입력 2022-06-15 13:57:36 수정 2022-06-16 18:19:28

URL복사

박훈정 감독의 '마녀 part 2: The Other One'(이하 '마녀2')는 전편의 마녀 자윤(김다미) 보다 더 파워풀한 소녀(신시아)가 초능력자 양성소인 아크를 탈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마녀'(2018) 이후 4년 만의 속편이다.

'마녀'는 범상치 않은 한 소녀의 이야기다. 가공할 위력을 감추고 평범한 가정에서 성장하지만 뒤늦게 자신의 능력을 각성하고, 자신을 만든 악과 맞서 싸우는 판타지 액션이다. 타격감 넘치는 액션과 실험체 소녀의 홀로서기라는 서사가 맞물려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여성 캐릭터, 그 중에 연약한 소녀에게 엄청난 능력을 부여하면서 섬세한 감정 라인까지 살려냈다. 독보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낸 것이다. 흥행성을 엿본 감독은 일찍이 3편으로 이뤄진 시리즈로 계획했다.

'마녀2'는 3편으로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 같은 영화다. 땅을 욕심낸 깡패들의 등쌀에 시달리는 남매 소유의 목장이 배경이다. 초토화된 아크에서 탈출한 소녀가 이곳에서 따뜻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나 소녀를 쫓는 각기 다른 무리들이 이 곳에 오면서 평화롭던 목장은 초능력자들의 전장이 된다.

소녀의 능력이 더 강해졌다. 눈빛으로 상대를 압도하며 손대지 않고도 자동차며 사람까지 날려버린다. 소녀를 쫓는 악당도 다양해졌다. 먼저 농장이 탐이나 남매의 아버지를 죽인 깡패들이다. 평범한 능력의 인간들이다. 여기에 두 유형의 초능력자 그룹이 가세한다. 프로젝트의 창시자인 백 총괄(조민수)의 지시를 받고 출동한 본사 요원과 상해에서 온 의문의 4인방이다. 초능력으로 따지면 본사 요원이 한수 밑이다. 결국 토우 4인방은 소녀와 마지막 대결을 펼치게 된다.

'마녀2'는 속편이라기보다 다른 트랩의 후속작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전편의 소녀와 비슷한 유형의 또 다른 소녀가 길 위에서 방황한다. 그리고 안정을 찾다가, 악당들의 집요한 공격으로 인해 가공할 초능력을 발산해 버리는 플롯이다.

소녀의 서사를 촘촘하게 엮어낸 전편에 비해 '마녀2'는 소녀의 더 커진 위력과 초능력자 그룹의 입장차(?)를 설명하고, 그들의 화려한 대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깻잎머리에 귤을 까먹으며 웃음을 준 전편의 명희보다 더 많은 캐릭터들을 유머 라인에 합류시켰다. 먼저 먹을거리에 집착하는 소녀부터 '벙찐' 깡패 두목 용두(진구), 한국 욕으로 티격태격하는 본사 요원 조현(서은수)과 톰(저스틴 하비) 등이 거친 액션 속에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3편을 위한 미끼 같은 역할을 하는 리부트 영화라고 해도 '마녀2'의 완성도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먼저 단순한 재탕 스토리다 보니 긴장감이 사라지고, 귀를 찢는 사운드만 남았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더 큰 음모나 실체를 기대했으나, 영화는 전편에 늘어놓은 캐릭터들의 행동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그것도 프로젝트 창시자 백 총괄이나 소녀의 망실(亡失)을 보고하던 책임자 장(이종석)은 등장 후 사라져 버린다. 특히 장의 경우 등장만 요란할 뿐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고 극에서 실종돼 버린다.

캐릭터들의 색깔도 단조롭다. 소녀도 전편의 변주일 뿐 활기를 심어주지 못한다. 중국어를 쓰는 초능력 4인방은 고만고만하다. 전편에서 보여준 히스테릭한 미소년 미소녀의 범주를 그대로 답습한다. 본사 요원들은 엄청난 자신의 초능력을 놓아두고 총을 쏘는데 집중한다. 의상이 액션 영화 속 특수요원 복장이다. 4인방 초능력자들과 차별화를 위해 총을 쏘는 것으로 변주를 한 모양인데, 엇박자이고 리얼리티도 떨어진다.

'마녀2'는 현실 액션보다 초능력자들의 액션을 그리다보니 CG가 많이 사용됐다. 악당들이 하늘을 치솟고, 자동차며 물건들을 공중에 띄우고, 사람을 멀리 내다 꽂는다. 그러나 표현들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완성도도 떨어지는 편이다. 차 추격 장면에서 스피디한 효과를 위해 장면 빨리 돌리기는 누가 봐도 뻔해 보인다.

'마녀' 시리즈는 한국영화의 독창적인 캐릭터로 주목을 받았다. 비록 2편의 완결미가 떨어진 것은 3편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여기고 싶다. 그럴 정도로 여린 소녀의 내면에 숨겨진 마녀성은 한국 장르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15세 관람가'이지만 표현 수위가 상당히 높다. 지난 주 1천만 관객을 넘긴 '범죄도시2'도 15세 관람가로 보기엔 폭력의 강도가 셌다. '마녀2'도 '피칠갑' 하는 영화라고 보면 되니까 관람에 유의가 필요하겠다. 러닝타임 137분.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