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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매일 시니어문학상 수상작] 시 부문 '호박 보름달' - 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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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층 베란다에 늙수그레한 손님이 오셨어요

옮겨 앉으시면 속상하신다기에

별빛 잘 드는 곳에 모셔두고

늦가을 여문햇살 초겨울 시린 하늘 흠뻑 드시고

달달한 후생을 주십사 간청 드렸지요

가끔씩 똑똑똑 공손하게 안부를 여쭙는 동안

햇볕은 조금씩 김포공항 쪽으로 비켜서 주었어요

땅기운 깔고 앉았던 엉덩이가 얇아지고

토실토실하던 황금 피부도 푸석해지셨어요

오늘은 햇살 좋은 길일

만고풍상 다 겪은 노파처럼 충분히 달아올랐을까

엄마 엉덩이같이 접힌 골짜기에 심호흡을 대고

거부하는 칼날로 쾅쾅쾅 만삭의 배를 쪼갰어요

두 동강 난 몸

움싹으로 가득한 황금색 자궁 속에서

소름처럼 울컥 양수가 튀었어요

불쑥 내뱉은 어릴 적 생리통처럼

노란별꽃 뙤약볕우레 처서귀뚜리가 뛰어나왔어요

소스라쳤을 태아들, 나는 폐경입니다

달큰한 후각으로 널브러진 조각달을 섬기며

달지 않은 마음 길었어요

첫아이 낳고 해산달이 미워질 때

엄마가 끓여주신 황금 호박죽, 오지게 달았지요

그이와 딸의 귀가를 밝혀 주십사 만월 두 대접

두둥실 식탁 위에 띄웠습니다

김영애
김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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