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과잉의 시대,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버리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오래됐거나 쓰임새가 다 된 물건을 버리고, 누군가는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멀쩡하지만 가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쉽게 버린다.
민성홍 작가는 이러한 '버려진 것들'에 주목한다. 그가 수집한 산수화가 그려진 카펫, 화려하게 꿰어진 구슬, 침대 매트리스, 옷걸이 등은 다채로운 모습의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그렇다고 그가 환경에 대한 의미나 리사이클링에 집중하는 작가도 아니다. 단순히 쓰레기를 재활용해 예술적으로 나타낸 것이 아니라 버려진 것들 속에 배어있는 내재성과 관계성, 시간성을 얘기한다. 개개인의 삶과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수집하고 변형, 재조합해 다변화되는 사회의 풍경과 상호관계성을 나타내는 것.
봉산문화회관 4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기억공작소 민성홍 개인전 '두 개의 산, 두 개의 달, 그리고 물'에서는 이러한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먼저 두 개의 산을 마주하게 된다. 수집된 옷걸이와 가구들을 산수화 이미지를 출력한 현수막이 덮고 있다. 작가는 연약하고 불완전한 개개인의 역사와 경험들을 이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미지로 덮어 안정화하려는 작업을 보여준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각자의 인식과 경험을 접합해 단순화시킴으로서 삶의 본직에 더욱 명료하게 다가서게 하고, 산이라는 거대한 안식처에서 느끼는 안정감을 통해 모든 허물을 감싸주려는 작가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본다"고 말헀다.
두 개의 산 옆에는 두 개의 달 작품이 자리하고 있다. 거울 위 두 개의 축을 가진 팽이 형상의 뼈대 위에 다양한 장식물을 이어 붙여 달을 구조화했다. 버려지고 상처 받은 낡은 것들의 연민과 번민을 모아 닦고, 칠하고, 장식하며 '치유의 달'로 형상화한 것.
전시장 안쪽에는 침대 매트리스가 놓여져있다. 산수화를 프린트한 카펫이 매트리스를 덮고 있는데, 미처 다 덮지못한 밑부분에는 스프링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작가는 산수화 속 자연스럽지 않은 물과 매트리스 스프링에 나타난 불완전한 요소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관계를 맺으며, 자아를 숨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 대한 오마주를 표한다.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개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위치가 이동되면서, 불공정한 시스템으로 인해 잃거나 버려야만 했던 어떠한 물건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상호관계과 정체성을 얘기한다"며 "관람객 개개인들이 새롭게 주변에서 변화하는 공간과의 상호관계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2일까지 이어지며 월요일, 추석연휴는 휴관이다.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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