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감기보다 흔한 잇몸병…음식물 못 씹으면 치매 위험↑

노년기 건강에 영향 미치는 구강건강…구강검진 정기적으로 받아야
감기보다 더 흔한 '치주질환'…한 해 1천740만 명 병원 찾아
당뇨병, 심혈관계질환, 뇌졸중 등 전신 질환 발병률 높여
치아 상실, 구강건조증 등 예방 위해 구강검진 정기적으로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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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기 구강건강.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노년기 구강건강.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우리나라 국민이 병원을 찾는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흔히 감기를 떠올리겠지만 감기보다 더 흔한 질환이 있다. 바로 잇몸병으로 알고 있는 '치주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치주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천740만 명으로, 감기를 제치고 '외래 다빈도 상병 통계'에서 3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치주질환은 음식물을 섭취한 뒤 칫솔질로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쌓인 치면세균막이 굳어서 생긴 치석에 세균이 서식해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치주질환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 6배, 심혈관계질환 2.2배, 뇌졸중 2.8배, 치매 2.6배 등 전신질환 발병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만큼 평소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전신 건강에 영향 미치는 치아

치아 상실이 발생하면 빠진 치아를 수복하는 것이 좋다. 치아가 없으면 단순히 식사를 할 때 불편한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치아 건강이 다른 전신 건강과도 연관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치아는 식사하는 데 꼭 필요하다. 사람은 식사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음식물을 씹어 먹는 '저작'(咀嚼) 활동을 통해 뇌혈류량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치아가 없으면 음식 섭취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제대로 저작하지 못해 근육이 줄고 뇌혈류량도 줄게 돼 전신의 영양상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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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도 영향 미치는 '씹는 힘'

노인 인구의 전신 건강 상태에 영향을 미치는 구강건강은 노년기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특히 씹는 힘은 전신 건강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치아가 약하거나 없으면 씹는 힘이 줄면서 침 분비량이 덩달아 감소한다. 이 때문에 음식 섭취에 어려움을 겪고 탄수화물, 단백질 등 필수 영양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근육이 마르면서 끝내 인지 기능마저 떨어지게 된다.

씹는 힘은 치매 발병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저작력이 부족하면 '아세틸콜린'이라는 뇌 신경전달물질의 농도가 감소한다.

아세틸콜린은 치매약에도 활용되는 물질로 기억력 등 인지기능과 운동기능 등 건강 전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아세틸콜린이 지속해서 부족하면 만성피로, 우울과 불안, 기억력, 판단력 등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음식을 씹기 위해 다른 치아로 압력이 쏠리면 해당 치아들의 위치가 변화하며, 잇몸에도 부담이 가 결국 치주질환으로 악화한다.

만성 치주질환으로 인해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분비하면 뇌는 물론 동맥경화, 고지혈증 등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정신 건강에도 영향 미치는 치아 건강

이스턴 핀란드 대학교(University of Eastern Finland) 연구진은 75세 이상 노인 250명을 조사해 노년기 영양상태 간 상관관계를 파악했다. 연구 결과, 치아 상태가 나빠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노인은 영양상태가 악화됐다. 이로 음식물을 잘게 부수는 저작기능이 약화된 노인은 음식을 식도로 넘기는 연하 기능도 덩달아 약해졌는데, 이로 인해 식사량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치아가 유지된 노인은 입맛을 상실하거나 저작 및 연하 작용 문제를 겪을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치주질환으로 치아를 상실하면 우울증이나 치매 등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치아 수가 줄어 줄어든 저작활동으로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면 뇌의 대사 활동에 영향을 주고 신경 활동 감소, 전신 영양불량으로 이어져 인지기능 저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한 치아관리로 생긴 감염이나 염증이 치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울증이 생기면 기력이 없어지고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구강관리는 더 소홀하게 된다. 악화된 구강 상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치아를 상실한 65세 노인은 치아 20개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노인에 비해 우울증 증상이 약 1.3배 높았다.

치아가 손실되면 구강건조가 발생할 가능성도 더 크다. 구강건조증이 생기면 입안이 건조해지면서 감염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침은 구강 점막에 수분을 공급할 뿐 아니라 침 속의 면역성분이 입안 세균을 억제하기도 한다.

◆노년기 주기적 치과 검진 중요

구강건강은 노년기 전신 건강에 큰 영향을 주므로 주기적인 치과검진을 통한 예방 및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상실된 치아로 인해 저작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 임플란트 식립이나 의치 제작 등을 통해 정상적인 저작기능 회복이 중요하다. 구강건조증의 경우 일상에서는 적절한 수분 섭취와 함께, 생활·업무 공간에서의 습도 조절이 필요하다.

특히 자고 있을 때는 침분비가 더 줄어들기 때문에 수면 공간에 가습기를 두는 것이 좋다. 외출할 때는 물과 무설탕 껌이나 사탕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전문가들은 구강 내 질환은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한 관리만 이루어진다면 일상생활에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최진석 대구시치과의사회 홍보이사는 "구강 질환은 오랜 기간 방치하면 기능 회복이 어렵고 대화나 음식물 섭취 같은 일상적인 구강 활동이 불편해지거나 여러 후속 질환으로 이어지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며 "따라서 정기적으로 구강검진을 받고 전문가에게 적절한 평가와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대구시치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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