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럽서 가장 위험한 여성이 총리로…' 이탈리아 우파연합, 총선 과반 승리

伊 극우정권 '연정' 현실화…멜로니가 이끄는 Fdl 26% 득표로 제1당
공공지출 확대·대대적 감세 등 포퓰리즘 정책 앞세워…국제 사회 우려

이탈리아 동맹당의 살비니 대표(왼쪽에서 2번째부터)와 전진이탈리아당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대표, 이탈리아형제들(Fdl)당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22일(현지시간) 로마 포폴로 광장에서 열린 중도우파의 최종 연대 유세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 동맹당의 살비니 대표(왼쪽에서 2번째부터)와 전진이탈리아당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대표, 이탈리아형제들(Fdl)당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22일(현지시간) 로마 포폴로 광장에서 열린 중도우파의 최종 연대 유세에 참석해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조기 총선이 실시된 25일(현지시간) 로마의 이탈리아형제들(Fdl) 본부에서 사람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조기 총선이 실시된 25일(현지시간) 로마의 이탈리아형제들(Fdl) 본부에서 사람들이 출구조사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실시된 이탈리아 조기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주축이 된 우파 연합의 과반 승리가 사실상 확정됐다. 우파 연합의 한 축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극우)대표가 총리에 오르면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집권한 첫 극우 성향 지도자가 된다.

우파 연합은 이탈리아형제들(Fdl·극우)외에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이 대표인 동맹(Lega·극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전진이탈리아(FI·중도우파) 등 세 정당이 중심이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는 출구조사 결과 우파 연합이 41∼45%를 득표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는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로 인식되는 득표율 40%를 넘어서는 수치다.

이에 따라 우파 연합은 하원 400석 중 227∼257석, 상원 200석 중 111∼131석 등 상·하원 모두 넉넉하게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정당별로는 Fdl이 22∼26%, 동맹이 8.5∼12.5%, 전진이탈리아가 6∼8%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반면 총리를 지낸 엔리코 레타 민주당(PD) 대표가 이끄는 중도좌파 연합은 25.5∼29.5% 득표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민주당이 17∼21%로 Fdl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으나, 세력 규합에 실패하면서 우파 연합의 집권을 막지 못했다.

우파 연합의 세 정당은 지난 7월 27일 최다 득표를 한 당에서 총리 후보 추천 권한을 갖기로 합의하며 교통정리까지 끝냈다.

멜로니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탈리아 국민은 Fdl이 이끄는 중도우파 정부에 명백한 지지를 보냈다"고 말해 사실상의 승리 선언을 했다.

멜로니는 2014년 Fdl 대표로 선출된 뒤 반이민과 반유럽연합(EU), 강한 이탈리아 등 선명한 극우 색채를 바탕으로 지지세를 확장해왔다.

2020년 2월부터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는 정부 방역 규제에 반기를 들어 규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에 불을 붙였다.

그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해 2월 출범한 마리오 드라기 총리의 거국 내각에 불참하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드라기 내각이 결국 붕괴하고 조기 총선 체제로 접어들면서 유일한 야당이었던 Fdl의 멜로니 대표는 반정부 표를 대거 흡수하며 총리 등극을 눈앞에 두게 됐다.

멜로니가 이끄는 Fdl은 2018년 총선에선 지지율이 4%대에 그쳤으나 이번 조기 총선에선 출구조사 결과 최대 26%를 득표한 것으로 나타나 제1당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 "여자 무솔리니" 등으로 불리는 멜로니를 앞세운 극우 정권의 출현은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과 국제 정세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에너지 위기, 물가 급등, 경기 침체 우려 등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복합적 위기 국면에서 이탈리아의 차기 정부가 방만하게 재정을 운영할 경우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도 극우정권의 반(反)이민 공약과 관련 "이민자들은 환영받고, 함께 가고, 지위가 높아지고, 통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다만 유로존 3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에서 차기 정부가 사회·경제·외교 정책에서 극우적인 색채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EU가 2026년까지 제공하는 1천915억유로(약 264조원)에 이르는 코로나19 회복기금을 정상적으로 받으려면 EU에 협조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새 국회 개원일은 10월 13일이다. 이에 따라 1946년 이후 68번째가 될 차기 정부는 아무리 일러도 10월 말에 구성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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