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사용한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이하 보증금제)'가 오는 12월 시행을 앞두고 또다시 전면 수정됐다. 만반의 준비에 나섰던 일회용품 수거 업체는 당장 계약에 차질이 생겼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5월 정부는 보증금제를 6월에 시행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카페 업주들의 반발로 12월로 한 차례 미뤘다.
문제는 시행 2개월을 앞두고 정부가 또다시 전격적으로 제도 전반을 수정한 점이다. 시행 지역은 제주와 세종으로 축소했고, 반납도 동일 브랜드 점포에서만 가능하도록 했다. 기존엔 브랜드 상관없이 전국에서 반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업체와 시민들은 '조삼모사 정책'이라며 실효성에 고개를 내젓는 모습이다. 동성로에서 브랜드 커피집을 운영하는 A(36) 씨는 "제주도에서 구매한 보증금 컵을 대구에서 반납한다며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소비자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고, 시민 B(28) 씨는 "제주도에서 산 컵을 세종에 가야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누가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일회용컵 수집운반업체도 타격이 크다. 제도 시행에 맞춰 차량, 창고 등을 계약해뒀지만 물거품이 됐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등에 따르면 보증금제 시행에 맞춰 대구에서 일회용컵 수집을 준비한 운반업체는 10곳이다.
수거 업체 중 하나인 대구중구지역자활센터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 1~2명을 수거 인력으로 고용하려고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며 "차량과 창고 구입 계약도 다 끝마친 상태인데 계약을 취소해야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경부 방침은 제도 유예와 다름없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일회용품 줄이기 관련 기존 제도가 무너졌다"며 "하루빨리 국민 의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전국 확대 시행이 시급하다.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시범 사업을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단계적 시행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했다고 해명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다른 나라에 없는 최초의 사례라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되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점들이 계속 발견될 수 있고, 이런 시행착오를 전국적으로 겪는 것보다는 이른바 '선도지역'인 제주와 세종에서 먼저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점포수가 100개 이상인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받을 때 소비자가 보증금 300원을 내고 추후에 현금이나 계좌로 돌려받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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