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정부 첫 '영 케어러 실태조사' 대구 40명 도움 요청…실태조사 '미흡'

복지부 '영 케어러' 조사를 통해 전국 731명 수면 위로
전문가 "사회전반적인 복지체계 갖추고, 심리적 지원도 필요"

가족 간병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가족 간병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처음으로 조사한 '영 케어러(Young Carer·가족 돌봄 청년)' 실태조사를 통해 대구에 있는 영 케어러 40명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 케어러는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며 장애나 질병 등을 겪고 있는 가족까지 돌보는 청년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앞서 지난 5월 10년간 아버지와 단둘이 산 22세 청년이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대구에서 발생했다. 당시 어린 나이에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영 케어러의 간병 살인'으로 사회적 관심이 높았다.

이후 복지부는 지난 2월 영 케어러 지원 대책 방안을 수립하고 지난 4월부터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5일 대구시에 따르면 복지부의 실태조사 결과 대구에는 모두 40명의 영 케어러가 도움을 호소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1일부터 5월 4일까지 중·고등·대학교, 청년센터, 행정복지센터 등을 상대로 모바일 조사 방식의 1차 조사를 진행했다. 1차 조사 참여자 수는 전국적으로 4만4천832명이었다. 복지부는 이들 중 지원이 필요한 영 케어러 731명을 추려냈다.

복지부는 1차 조사 대상자를 대상으로 2차 조사도 벌이고 있다. 2차 조사는 지원 방안에 대한 심층조사가 이뤄지며 복지부는 빠르면 이달 말 2차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대구시도 다음달 18일까지 40명에 대한 자체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처한 상황 등은 직접 방문을 통해 조사하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긴급복지 서비스 등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실태조사 자체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응답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만 의존하는 방식이었던 탓에 대상자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국회 입법조사처는 해외 사례를 통해 국내에만 18만4천명~29만5천명의 영 케어러가 있다는 추정치를 제시했다. 복지부가 이번 조사로 발굴한 영 케어러 731명은 입법조사처가 제시한 추정치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 케어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김보영 영남대학교 휴먼서비스학과 교수는 "영 케어러 특성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인적 네트워크상에서 도움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병원, 학교, 지자체 등의 기관이 먼저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복지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영 케어러들은 본인이 현재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조차 못할 정도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다"며 심리적 요인은 영 케어러들의 학업 및 진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물질 및 의료적 지원과 함께 심리적인 지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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