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당신은 정말로 '어른'입니까?

노숙자 출신 편의점 알바생이 보여준 따스함… '불편한 편의점'
그 어떤 아파트보다 멋진 '빌라', 물질만능주의를 꼬집다… '순례 주택'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부모로서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고, 최대한의 사랑으로 행복의 울타리를 만들어 주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부모도 처음부터 어른은 아니었기에 서툴고 부족한 것 투성이입니다. 부모도 인생이라는 여정 속에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겠죠. 행복한 가정과 사회를 담아내는 진짜 어른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게 하는 소설책이 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의 표지

◆가족도 인생이란 여정에서 만난 서로의 손님

편의점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친숙한 공간입니다. 소설 '불편한 편의점'(김호연 지음)은 이러한 편의점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편의점을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작고 초라한 모습, 어딘지 불편한 관계, 외면했던 마음을 엿보게 합니다.

소설은 정년 퇴직 후 동네의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염 여사가 서울역에서 파우치를 잃어버리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 파우치를 독고라는 노숙자 남성이 다른 노숙자들의 공격으로부터 온몸으로 막아내며 지켜줍니다. 염 여사는 고마움에 대한 표시로 그를 자신의 편의점으로 데려가 도시락을 챙겨줍니다. 그의 처지가 딱하기도 해서 언제든지 와서 먹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는 폐기 시간에 딱 맞춰 와서 폐기 도시락만 먹습니다. 게다가 야외 테이블 청소도 하고 갑니다. 이를 눈 여겨보던 염 여사는 그를 편의점 야간 알바로 고용합니다.

노숙자는 누구도 눈 여겨 봐주지 않는 존재이자 경멸과 동정, 때로는 두려움과 혐오의 시선 속에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 그를 자신의 사업장에 고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노숙자가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대하고 받아준 것은 이 편의점을 방문하는 손님과 알바생 모두에게 나비효과를 일으킵니다.

흔히 '진상'이라고 불리는 편의점 손님들을 독고가 어떻게 대하는지 그의 어눌함과 우직함은 오히려 커다란 무기인 듯 보입니다. 집에 있는 백수 아들과 대화한 지 오래된 50대 아주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독고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울음을 터뜨립니다.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40대 가장은 퇴근길마다 편의점에 들러 헛헛한 마음을 달랩니다. 독고는 그와 말벗이 돼주고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온풍기를 슬며시 곁에 놓아줍니다. 몸이 불편한 동네 할머니들을 위해서는 배달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마치 이 불편한 편의점에 와서 세상에서 곪아진 상처를 드러내고 결국에는 회복해서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는 듯합니다. 우리의 가정도 자녀들에게 편안하고 위로가 되는 곳, 속마음을 내려놓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그런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때로는 자녀를 고객님(손님) 대하듯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순례 주택'의 표지

◆어른이 성장해서 진짜 부모가 되기까지

'순례 주택'(유은실 지음)은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어 있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중학교 3학년인 수림이 가족을 통해 꼬집는 유쾌한 성장소설입니다. 순례 주택은 김순례라는 75세 할머니가 평생 세신사로 일하며 힘들게 번 돈으로 구입한 4층 빌라 건물의 이름입니다.

순례 씨는 썩지 않는 쓰레기처럼 쓰고 남는 돈을 쌓아두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례 주택의 전·월세 가격은 주변 시세에 훨씬 못 미쳐 입주하고 싶은 사람들이 줄을 섭니다. 옥상에는 입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냉장고나 휴식 공간도 있고 타인을 배려하는 순례 주택만의 특별한 규칙이 있습니다.

이런 순례 씨가 보여주는 삶의 철학과 정반대로 사는 가족이 있습니다. 사는 곳에 따라, 학벌에 따라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고 선긋기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의 힘으로 무엇 하나 해낸 것이 없는 사람으로 수림이네 엄마, 아빠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여전히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아이 같은 어른, 철이 덜 든 어른으로 비칩니다. 오히려 이 집의 둘째인 중학생 수림이가 더 어른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래도 수림이의 부모님처럼 진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현실에서도 계속해서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부모답다는 것, 어른답게 산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불편한 편의점'의 염 여사처럼, '순례 주택'의 순례 씨처럼 타인을 향해 손 내밀 수 있는 용기가 우리 가정과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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