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헤라자드 사서의 별별책] <39> 그림책 속으로 다녀온 여행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남보람 서부도서관 사서

할머니의 여름휴가(안녕달 글·그림/ 창비 펴냄)
할머니의 여름휴가(안녕달 글·그림/ 창비 펴냄)

어린이 자료실에 근무하던 시절 책장을 정리하다 눈에 띈 그림책 하나. 시원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모래해변이 그려진 '할머니의 여름휴가'라는 책이었다. 제목에 걸맞게 모래사장 위 꽃무늬 수영복을 입은 할머니와 신나게 바다로 뛰어가는 강아지의 모습이 그려진 책 표지 그림을 보니 '아,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둥그스름한 귀여운 그림체에 마치 책에 직접 칠한 것 같은 색연필의 질감이 돋보여 따스한 느낌을 주는 그 책은 할머니의 조금 특별한 여름휴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어느 여름날, 고장난 선풍기가 윙윙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할머니의 적막한 집에 딸과 손자가 찾아온다. 며칠 전 바다에 다녀왔다며 신이 난 손자는 몸이 불편하셔서 직접 여행 가시기 힘든 할머니께 바닷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소라를 선물한다.

시끌벅적해진 것도 잠시, 딸과 손자가 돌아간 뒤 다시 적막해진 할머니의 집에서 강아지 메리가 소라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는다. 메리는 소라 안으로 쏙 들어갔다 나오는데, 소라 안으로 다녀온 메리의 몸에서 바다 냄새가 난다. 이를 보고 할머니는 꽃무늬 수영복, 커다란 양산, 돗자리, 수박 반쪽을 챙겨 메리와 함께 소라 안으로 휴가를 떠난다. 소라 속 바다에서 햇볕도 쬐고, 수영도 하고, 바다 친구들과 수박도 나눠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할머니는 바다 기념품점에서 바닷바람 스위치를 사서 돌아온다. 할머니집의 고장 난 선풍기에 바닷바람 스위치를 다니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소라 속 바닷가에서 햇볕에 까맣게 그을리도록 행복한 시간을 보낸 할머니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고,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그림책에 푹 빠져 할머니가 소라 속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이 그림책 속으로 몇 번이나 더 여행을 다녀왔다. 장롱 앞 가지런히 개어진 알록달록 목화솜 이불, 벽에 걸린 자식 셋 손자 넷의 사진, 정겨운 할머니 집의 풍경. 손자가 오자 냉장고에서 시원한 요구르트를 꺼내 손에 쥐어주시고, 집에 돌아가는 딸의 손에 베란다 텃밭에서 딴 채소를 들려주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나는 우리 외할머니의 모습도, 엄마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문득 그림책을 보는 것이 여행과 참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여행을 가서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와서도 그때의 소중한 추억으로 다시 힘을 낼 수 있듯이, 그림책을 보면서도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일상에 지칠 때, 정겨운 할머니집도 경치 좋은 바닷가도 다녀올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그림책 속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떨까.

남보람 서부도서관 사서
남보람 서부도서관 사서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의 대구시장 공천 과정에서 현역 중진 의원 컷오프와 공천 잡음이 이어지며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리얼미터...
정부가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를 시행했음에도 일부 주유소에서 가격 인상이 발생한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유소 가격 변동을 ...
한 네티즌이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가 20개 쌓여 문을 열기 어려운 상황을 공유하며 택배 기사와 소비자 간 배려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 확보를 위해 중국의 협조를 압박하며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