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그 곳에서 평안하게 지내고 계신지요?
당신의 늦둥이 아들이 장가간다고 그렇게 좋아 하셨고 손주녀석들 재롱에 세월가는 줄 모르고 사셨지요. 즐거움과 행복이 우리 가족에게 늘 함께 하리라 생각했는데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더군요.
아이들도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당신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습니다. 당신의 손주사랑이 너무나도 커서 사서삼경(대학 논어 맹자등등), 천자문, 불경책 등등을 옆에두고 계속 반복적으로 읽어주시곤 하셨고, 또 자장가는 "멍멍개야 짖지마라 우리손주(민솔, 민기) 잠깬단다…. 나라에는 충성동이, 부모님께 효자동이, 형제간에 우애동이, 자장자장 우리손주(민솔, 민기) 잘도잔다 우리손주" 이렇게 반복적으로 자장가를 부르면 아이들은 자연스레 꿈속으로 가곤 했지요.
손주들이 노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아하셨던 어머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탓에 같이 가족여행 가자고 하면 "난 괜찮으니 너희들끼리 갔다와라"고 하셨지만 자식된 도리로 혼자 두고갈 수 없어 어머님이 최대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해서 여행을 갔었습니다. 강가에 텐트를 쳐 놓고 놀 때면 손주들 뛰노는 모습을 보며 같이 나오길 잘했다고 하셨지요.
할머니의 그 따뜻한 사랑으로 우리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너무나도 풍요롭게 자란 덕분인지 너무나도 반듯하게 잘 자라 주었습니다. 이렇게 할머니의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라더니 5살 때쯤 한글을 익히더니 동화책을 할머니에게 읽어주면서 그렇게 재롱을 피우기도 하더라구요. 그래서 자연스레 책과 가까이 하는 아이로 자라서 지금은 최고로 훌륭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키우면서 보니 아이들이 어머님의 사랑을 듬뿍 받은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습니다.
아이들 대학교 때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셨으니 이제 한 5년이나 흘러 갔네요. 병원에 계실때도 항상 우리가족은 같이 가서 휠체어로 병원주변을 산책하면서 국화빵도 사드리고 호떡도 사먹으면서 우리가족의 소풍은 언제나 할머니와 함께였습니다. 한번은 아들이 군에 간 사이 틈을 많이 두고 할머니를 찾아 갔더니 저를 보고 손주(민기) 색시 라고 해서 웃픈현실에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렇게 휠체어로 아들과 손주와 함께 병원 주변을 소풍다닐때가 참으로 좋았었는데 휠체어 산책마저 할 기운이 없으셨을 때는 참으로 많이 슬펐습니다. 그냥 병원에서 얼굴만 멍하니 보다가 오는 경우가 더 많아지면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힘들어 하셨습니다.
당신과의 아름다운 추억은 25년으로 마무리를 하고 지금은 가족들이 만나면 추억 소환을 하면서 할머니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커 가면서 따뜻한 정서와 인성이 참으로 소중하다고 느껴지는 것을 아이들이 자라면서 더 실감을 하게 되었지요.
민기는 한 대기업에, 민솔이는 한 유명 외국계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회사에서 손주들은 나름 자신의 인생을 즐기면서 직장생활을 잘하고 있습니다. 저는 엄마로써 할머니를 존경하고 함께 살면서 많은 것을 배운 것 밖에 없는데 당신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주시고 가셨습니다. 어머님, 보고싶습니다.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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