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트스페이스펄, 권효정 개인전 ‘Layer: Yellow7, Black3’

대형 설치작업 벗어나 첫 평면회화 전시…오는 30일까지

권효정, Layer_p22-04, Mixed media on canvas, 2022.
권효정, Layer_p22-04, Mixed media on canvas, 2022.

아트스페이스펄(대구 중구 명덕로35길 26 2층)이 권효정 개인전 'Layer: Yellow7, Black3'을 선보이고 있다.

경북대 서양화를 전공한 권효정 작가는 그간 장소 특정적 대형 설치작업으로 강한 인상을 준 바 있다. 투명 레진으로 만든 멸치 떼, 일상 용품을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든 분수, 천과 조명으로 표현한 주마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 2020년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전시했던 주마등 작품은 권 작가가 삶의 장소에서 수집한 풍경들을 투명한 OHP 필름에 검정색으로 드로잉하고, 안에서 조명을 비춘다. 일정한 속도로 회전하는 그림자 풍경은 반투명한 천의 겹 너머로 아스라히 벽을 장식한다.

이번 전시는 주마등의 드로잉을 캔버스로 옮겨왔다. 페인팅을 전공한 그가 처음으로 평면회화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설치 작품에서 빛과 그림자를 상징하는 노란색, 검은색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권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하루하루 고민의 순간들, 흘러가는 삶 속에서 눈에 아른거렸던 혹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미지들을 그렸다. 검정과 노랑 물감을 중첩해서 쌓아보거나, 두 가지 색을 섞어가며 즉흥적이고 빠른 터치로 화면을 채워나갔다. 망설임이 몰려올 때는 표면을 두껍게 쌓아올리거나 주걱, 손으로 화면을 문지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효정, Layer_d22 시리즈, 오일스틱, OHP필름, 2022.
권효정, Layer_d22 시리즈, 오일스틱, OHP필름, 2022.

또한 전시장 한 켠에 설치된 작품 '스위치'(Switch)는 입체 설치와 평면회화의 관계 설정에 대한 상징이다. 물과 기름에 노랑, 검정색을 첨가해 투명 아크릴 박스에 담아놓고, 외부의 힘을 가해 서로 섞는다. 힘이 사라지면 본래의 색과 본래의 물성으로 돌아가는 물과 기름. 권 작가는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또다른 창작의 가능성 앞에 서 있는 지금, 앞으로 집중해나갈 회화의 경계에 대한 고민을 이 작품에 담았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이번 전시는 권 작가가 A4 크기의 OHP 필름에 삶의 풍경을 수백점 드로잉했던 것을 토대로,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문에 자답을 찾는 전시이기도 하다"며 "특히 캔버스가 가진 사각의 틀이라고 하는 경계에 대한 회화적 탐구방식에 주목할 수 있다. 3차원적 레이어들이 착시를 배제한 2차원적 평면회화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053-651-6958.

아트스페이스펄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아트스페이스펄 전시장 전경. 이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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