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 밀어내! 라는 말이 계속 들렸고 이제 저는 밟혀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태원 압사 참사' 생존자 A(36) 씨는 끔찍했던 그날의 사고 현장을 이렇게 묘사했다. 직장 동료 결혼식에 참석한 뒤 이태원의 핼러윈 밤을 즐기러 나온 A씨는 같은 회사 동료 2명과 함께 겨우 탈출했다.
A씨는 "사람들의 비명과 함께 넘어지면서 조금 열린 문 쪽으로 겨우 들어가 살 수 있었다"며 "핸드폰을 볼 공간도 없었고 시야에 들어오는 건 바로 앞 사람의 머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이태원을 찾았다가 다행히 참사에 휘말리지 않은 이들의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목숨은 건졌지만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스러움과 미안함 그리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1일 취재진과 만난 A씨는 사람들이 갑자기 해밀턴 호텔 뒷골목에서 내리막길로 몰린 상황에 대해 "이태원역 쪽으로 퇴근하려는 직장인들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역에서 올라오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이 겹쳐 내리막길에서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당시 사람들의 비명과 절규는 가게 음악 소리에 묻혔다고 전했다. A씨는 "소리를 외쳐봤자 들리지 않아 수많은 인파가 상황 공유가 될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사람들은 '밀어내'를 외치며 빠져나가고자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나와 동료들은 벽 쪽에 있었기에 조금 열린 문을 열어 비집고 들어갔지만 다른 사람들은 계속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너무 무서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단 그런 상황을 보고 있으면 적어도 가게 상점에 음악 소리를 끄도록 지자체와 경찰이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A씨는 이번 핼러윈 사고를 겪고 "기분이 계속 우울하다. 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면서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올해 상반기 대구에서 상경한 직장인 B(27·서울 중구 다동) 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이태원을 찾았다가 사건이 일어나기 약 30분 전에 자리를 떠 다행히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여자친구는 여전히 그날의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B씨는 처음 이태원을 찾았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참사가 일어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는 "이태원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만해도 사람이 많은 정도였지, 이런 참사가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당시에는 각 방향별로 사람들이 질서 있게 우측 통행을 하고 있어서 움직이는 데는 큰 무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B씨에 따르면 오후 9시쯤부터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B씨는 "술집 거리 방향으로 경사를 오르고 있었는데, 내려오던 커플 한 쌍이 갑자기 좌측 통행을 하며 내려왔다. 그러더니 다른 사람들도 그 커플을 뒤따라서 내려오며 줄이 하나 더 생겼다"며 "그때부터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뒤엉켰다. 무언가 잘못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당시 B씨의 여자친구는 "숨이 잘 안 쉬어진다. 너무 불안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여자친구의 불안한 모습에 B씨는 집에 가기로 했다. B씨는 "현장을 벗어나 이태원역을 보니 인도에도 사람들이 가득 차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술집 거리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은 역방향으로 나올 수 없었고, 반대로 역에서 술집 거리로 올라갈 수도 없어 고립된 사람들이 사고에 휘말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참사는 피했지만, B씨와 그의 여자친구는 아직 그 시간, 그 장소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다음 날 사고 소식을 듣고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때 몸을 부딪쳤던 누군가는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안타까움과 미안함, 죄스러움이 몰려왔다"며 "다가오는 월드컵에 거리 응원도 하러 갈 생각이었는데,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조금만 사람이 많은 곳에 가는 것도 힘들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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