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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습니다] 이호상(결혼정보업체 '인연에 반하다' 대표) 씨의 어머니 고 김봉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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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처럼 말 안 들었던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게 만들어준 것, 엄마인 것 같아요"

이호상(사진 왼쪽) 씨와 어머니 고 김봉순 씨의 한 때. 가족 제공.
이호상(사진 왼쪽) 씨와 어머니 고 김봉순 씨의 한 때. 가족 제공.

내 나이 47세 때, 엄마는 나를 떠나셨다. 마흔이 훌쩍 넘은 아들이었지만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그러하듯 내게도 엄마란 존재는 그 단어를 생각하고 부르는 것 만으로도 코끝이 찡해져 오는, 세상에서 가장 친하고 기댈 수 있는 존재였다. 그 따뜻한 품으로 안아줄 것 같은 엄마가 나를 세상에 두고 떠나셨다.

엄마는 급성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형성 이상증후군'이란 병을 앓고 계셨다. 어느날 "엄마, 어디 가노?"라며 아침 인사를 한 지 6시간 후, 엄마는 거리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셨다. 다행히 지나가는 시민의 신고로 경대병원으로 급히 옮겨 치료를 했지만 그때부터 벌써 엄마는 그 병이셨던거다. 전화기 너머로 의사의 개인브리핑을 들으면서 난 그 자리에서 혼절했고, 그 다음날부터 난 자지도, 먹지도, 말하지도 않았다. 병명을 선고 받으시고 약 4개월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실때까지 난 엄마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치료가 진행되는 7일 사이클 동안 난 잠을 자지도, 먹지도 않았다. 엄마의 상태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어떨때는 열이오른 엄마의 머리를 얼음물로 식혀드리다 양동이에 머리를 박고 자기도 했다. 어떨때는 화장실에 어머니의 용변을 버리러 갔다가 잠이 든 경우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너무 화가나고 너무 미안스러워 울고 또 울었다.

한번 입원해서 치료를 시작하면 수십 곳의 주사바늘 자국이 생긴다. 하루는 도저히 눈뜨고 보고있기 힘들정도의 엄마의 멍투성이인 팔을 보며 "그만 좀 하시라구요. 무슨 검사를 몇시간 마다 똑같이 합니까?"라고 하자 어머니는 "놔둬라 호상아, 의사선생님도 다 필요하니 그런거 아이가?"라며 나를 말리시기도 했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던 이유는 내가 이 분에게 진 빚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의지하던 분이다. 이 분이 세상에 존재하지않는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살리고 싶었고 오랫동안 내 옆에 두고 싶었다. 내 심장을 떼어서라도 살릴수있다면 난, 촌각의 망설임도 없이 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엄마는 나에게 모든 것이었다.

또 한 번의 병원치료를 위해 입원하러 가는 날이었다. 그날은 엄마가 컨디션이 좋으셨는지 "호상아, 니는 결혼은 어쩔라카노?" 그러셨다. "엄마, 지금 내 결혼이 문제가? 걱정안해도 된다." "내 죽고 나면 홀아버지에 나이많은 노총각한데 어느 부모가 딸자식 주겠노?
적당한 사람 있으면 당장이라도 좀하면 좋겠다."

엄마는 그랬다. 난 세상에서 제일 딱한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했던 반면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엄마는 그 엄마는 장가도 못가고 늙어가고 있는 그 자식이 그토록 딱해보였나보다. 그래서일까? 상태가 좋은 날이면 링거를 달고 7층 중환자병동을 이곳저곳을 다니며 나를 소개하곤 했다고 했다. 그리고 담당간호사에게도 "우리 아들 한번 만나봐요"라고 나를 소개했다고 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 내 목숨이 오늘일지, 내일일지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남게 될 자식을 생각한다는게….

엄마, 이제 조금만 더 세월을 살면 아마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나이가 될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또 엄마가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어요. 근데 엄마, 난 아직도 세상에 태어나 만난 사람중에 엄마가 제일 좋았어요. 그리고 무지하게 속썩이고 죽어라고 청개구리처럼 말도 안 들었던 내가 그래도 세상에서 이렇게 사람들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그리고 삶을 살 수 있게 만들어준 것도 엄마인 것 같아요.

세상과 이별할때 어머니를 다시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그때까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수있는 의미있는 삶을 잘 살아보겠습니다. 어머니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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