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태원 참사에 중대재해법 적용 가능할까?…'공중이용시설' 범위가 관건

현행법상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은 적용 대상에 해당 안 돼
도로는 법에서 정한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지 않아
정치권 '중대시민재해 적용 범위 늘려야' 목소리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는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등에 대해 강제수사에 착수한 2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 입구 모습. 연합뉴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이태원 압사 참사의 사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올해 초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시행령으로는 적용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책임자 처벌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개정안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해 시민과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기존의 산업안전보건법과 비교해 사고 책임이 있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더 무겁다.

중대재해는 고용노동부가 수사하는 '중대산업재해'와 경찰이 수사하는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최근 발생한 평택 SPC 계열사 제빵공장의 끼임 사고와 안성 물류창고 추락 사고 등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에게 발생한 사고는 중대산업재해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침몰 사고 등은 '공중이용시설, 제조물 등과 관련해 일반 시민이 당하는 중대한 사고'로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된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다중이 모이는 시설에서 일반 시민이 대규모로 사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하는지가 초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중대시민재해는 특정 원료 또는 제조물,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의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 때문에 발생한 재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망자가 1명 이상이거나 2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10명 이상,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자가 10명 이상이어야 한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중대시민재해를 막지 못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번 참사는 희생자 규모에선 해당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이 '공중이용시설'이 아니고, 또 주최자가 없어서 법적인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결국, 핵심 쟁점은 해밀톤호텔 옆 도로를 '공중이용시설'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명시한 공중이용시설은 지하역사, 철도역사·여객자동차터미널·항만시설 대합실, 실내주차장, 교량, 터널, 항만, 댐 등이다. 도로는 해당하지 않는다.

이번 '핼러윈 축제'가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는 점도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정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해야 할 책임자'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의 112 신고 무대응과 해밀톤호텔 인근 불법 증축 등의 문제가 있지만, 이 역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중대시민재해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중대시민재해 적용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며 "차제에 중대시민재해에 대한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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