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적 생환 광부 "소주 한잔 하고, 부모님 산소도 찾아뵙고 싶다"


5일 정오께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매몰 생환 광부 박정하(62·오른쪽) 씨가 보조작업자 박씨(56)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정오께 경북 안동병원에서 봉화 광산매몰 생환 광부 박정하(62·오른쪽) 씨가 보조작업자 박씨(56)와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봉화 아연 광산 사고 현장에서 고립된 지 221시간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광부들이 "가장 먼저 밥 먹으며 소주 한잔 하고 싶고, 부모님 산소도 찾아뵙고 싶다"고 5일 밝혔다.

선산부(작업반장) 박모(62)씨와 후산부(보조 작업자) 박모(56) 씨는 이날 새벽 구조된 직후 안동병원으로 이송돼 2인실에서 함께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병실을 방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당장 하고 싶은게 뭐냐'고 묻자 "밥 한 그릇 먹으며 소주 한잔하고 싶다"며 "또 바로 부모님 산소를 찾아뵙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이 지사가 전했다.

작업반장 박 씨는 이어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립 당시 상황을 비교적 담담하게 전했다.

박 씨는 우선 "처음 사고가 났을 때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많은 분께서 힘 써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었다는 데서 저 역시 감사하다"며 "정부 기관에서 협조해주시고,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데 다시 한번 감사하고, 저희를 응원해주고 성원해주신 많은 분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거듭 감사를 표현했다.

박 씨는 고립 당시 "뭘 해보든지 해보면 길은 있을 것이란 희망을 계속 가지고 (매몰된) 갱도 안을 돌아다녔다"며 "둘이 똑같이 한마음 한뜻으로"라고 회고했다.

두 사람은 사고 이틀째부터 사흘째까지는 괭이로 '램프웨이'(평면도 상 하단 갱도) 구간 10여m를 천장 꼭짓점 부분이 보일 때까지 파냈다.

박 씨는 "힘에 부쳐 포기할 거면 빨리 포기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우회할 수 있는 관통 갱도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들어갈 수 있는 갱도마다 전부 들어가서 확인을 했는데, 폐석들로 꽉 차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포기하지 않고 탈출을 갱도 내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탈출구를 모색했다.

박 씨는 "갱도 안에 사다리가 있었다. 지상까지 300m 거리면 가겠구나(탈출하겠구나) 싶었다"며 "그 사다리를 가지고 수직으로 타고 올라가려고 했는데, 올라가다 보니 토사가 쏟아져 내린 탓에 나무, 파이프, 에이치빔 이런 것들로 꽉 차서 발파하지 않고는 올라갈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때 보조작업자 박씨가 "형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올라가 봅니다. 어떻게 상황이 변했는지 확인을 해봅시다"라고 해서 다시 수직갱도를 조금 올라갔으나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작업반장 박씨는 "지상과 소통을 해보려고 갱도 내 파이프를 번갈아 가며 7번씩, 40분 정도 때리기도 하고, '거기 누구 없냐'고 소리를 내지르기도 했지만, 인기척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마에 달린 안전등의 배터리가 소진될까 봐, 그게 제일 두려웠다"며 "구조되던 날, 두 사람의 안전등이 모두 '깜빡깜빡'하며 동시에 소진 신호를 알렸다"며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기적처럼 구조된 순간을 떠올리며 그는 "그렇게 멀리서 들려오기만 했던 '발파 소리'가 이번에는 진짜 발파였고, 반대편 갱도와 관통이 되며 구조대와 마주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작업반장 박 씨는 보조 작업자 박씨를 바라보며 "오늘 지금도 못 나왔다면, 우리는 진짜 그 막장 안에서 둘이 부둥켜안고 울고 있을 거야"라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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