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북구청 열 올린 특화거리 조성사업, 미흡한 설계에 부실한 후속관리

13억원 투입 칠성이야기길, 모호한 성격에 불법주차된 차량 빼곡
허술한 구암동 인문학거리, 미니도서관 장서는 먼지 투성이
와이파이 안 되는 ‘유통단지 Wi-Fi길’… 6년 간 통신비 2천만원 쓰고 종료

북구 칠성동
북구 칠성동 '칠성이야기길' 도로 양옆으로 불법 주차된 차량들. 박성현 인턴기자

대구 북구에 조성된 칠성이야기길, 구암동 인문학거리, 종합유통단지 와이파이 길 등 각종 테마거리가 조성취지는 살리지 못한 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오후 찾은 북구 칠성이야기길. 길가는 불법 주차된 차량들로 빼곡했다. 북구청이 13억5천만원을 들여 지난해 6월 완공한 '칠성이야기길'은 대구역부터 칠성지하차도까지 450m 구간으로 폭 3m의 화단과 가로등 로고빔 프로젝터 등이 설치됐다.

어둡고 낙후된 도로 경관을 개선하고 불법 주·정차를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인근 주민들과 상인은 오히려 사업 이후 불편만 커졌다고 주장한다.

인도와 화단이 들어서자 도로 폭이 5m 안팎으로 좁아지면서 교행이 어려워진 차량들이 인도를 침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오후 6시부터 대구역 북편 옹벽에 로고빔을 투사해 칠성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설치물 역시 '칠성이야기길'의 의미를 보여주기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A(64) 씨는 "이야기길 조성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며 "주차 공간 이 부족하고 불법 주정차가 여전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해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북구 구암동과 동천동 일대에 들어선 '인문학거리'도 관리 미흡으로 의미가 퇴색한 모습이다.

북구청은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사업비 1억7천만원을 들여 인문학거리를 조성했다. 거리는 3개 구간으로 나눠 만들었고 조형물 14개와 푯말 13개, 벤치, 경관조명, 로고라이트 등이 설치됐다.

구암동 인문학거리에 있는 미니도서관. 어지럽게 널브러진 장서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다. 박성현 인턴기자
구암동 인문학거리에 있는 미니도서관. 어지럽게 널브러진 장서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다. 박성현 인턴기자

그러나 막상 인문학거리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라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1구간의 경우 작곡가 박태준의 '동무생각'의 가사가 적힌 푯말 한 개와 낡고 훼손된 책 200여권이 꽂힌 미니도서관이 전부다.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 B(27) 씨는 "인문학거리라고 부르기엔 너무 초라하다. 책들은 먼지가 쌓여 만지기도 싫다"고 했다.

종합유통단지에 조성한 '유통단지 와이파이(Wi-Fi)길'도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북구청은 2013년 유통단지 내 대구우편집중국부터 산업용재관까지 1.3㎞구간에 총 사업비 46억원을 투입, 녹색보행가로 등을 조성했다. 특히 NC아울렛 엑스코점 입구부터 건너편 텍스빌 주차장 출구까지 200m 구간에는 무선공유기 10대를 설치, '유통단지 Wi-Fi길'로 만들었다.

그러나 시설 관리를 맡은 대구종합유통단지관리공단은 이용객이 너무 적다는 이유로 지난 2019년 무료 와이파이서비스를 중단했다. 6년 간 들어간 통신요금만 매달 30만원으로 2천만원이 넘는 예산을 대부분 허비한 셈이다.

이와 관련, 북구청 관계자는 "'칠성이야기길'은 주민들의 안전한 보행환경 확보가 핵심인 사업으로 불법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겠다"며 "인문학거리 시설물 역시 인근 주민센터와 협력해 주기적인 환경관리를 지속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종합유통단지 와이파이길. 박성현 인턴기자
종합유통단지 와이파이길. 박성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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