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매천시장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 작동 안했다…경찰 수사 속도

대구시 "소방점검 위해 밸브 차단"
市 관리 책임 물을 수 있을까…경찰 "추가적인 법리 검토 필요"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DB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DB

지난달 29일 발생한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 결과 스프링클러에 용수를 공급하는 밸브가 잠겨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구시의 관리 책임이 부각되고 있다.

매천시장 화재 원인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최초 발화지점을 추정되는 농산 A동 점포 주변에 있는 스프링클러가 화재 당시 작동하지 않았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불이 난 농산 A동은 지난 1988년 판매시설로 준공되면서 3.25m 간격으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됐다. 이 스프링클러에 용수를 공급하는 밸브가 모두 5개인데, 이 가운데 2곳이 화재 당시 잠겨 있었다. 하필이면 발화지점 인근 스프링클러에 용수를 공급하는 밸브가 차단된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서 대구시는 소방점검 탓에 용수공급을 차단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천시장은 매년 1회씩 자체적으로 종합정밀 점검을 하고 관할 소방서에 통보하고 있다.

올해 점검은 지난 9월에 이뤄졌는데, 당시 스프링클러에서 가스가 샌다는 점검 결과가 나왔다. 농산 A동에 설치된 스프링클러는 화재가 발생하면 공기를 방출한 다음 물이 쏟아지는 건식 스프링클러다. 미흡한 부분을 확인한 서부소방서는 이달 20일까지 지적 사항들을 보완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대구시가 점검을 위해 밸브를 차단한 사이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소방설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경찰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경찰은 대구시에 형사 책임을 묻는 데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점검 조치명령 기간 안에 소화설비를 차단해 둔 것이 타당했는지는 추가적인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며 "스프링클러가 화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소방과 전문가의 의견을 확인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밸브가 잠긴 사실과 관련 "경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 따로 밝힐 내용이 없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25일 오후 8시 27분쯤 발생한 화재로 점포 69곳이 모두 훼손됐고 상인들은 임시 점포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화재로 인한 피해 면적만 8천㎡(2천420평)로, 대구시는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지난 4일부터 지역 내 전통시장 등을 대상으로 특별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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