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가 어려워서 연탄 아껴야 해요."
대구 서구 비산 2‧3동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박문자(81) 씨는 요즘 연탄을 아끼기 위해 옷을 더 껴입는다. 지난 50년 동안 연탄을 사용해왔지만 최근 연탄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인근 연탄은행에서 하루에 3장씩 무료로 받고 있지만 고령인 탓에 연탄은행을 방문하기도 버겁다.
박 씨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라서 시에서 제공하는 겨울철 에너지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연탄을 아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난방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저소득 취약계층의 겨울나기에 비상등이 켜졌다. 주된 난방 수단인 연탄과 등윳값은 최근 급격히 치솟았고, 대구시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받는 대상도 한정적이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등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605.23원이다. 1년 전 1087.55원에 비해 47.65%나 올랐다. 등유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 도심 변두리 노후주택 거주자 등 취약계층의 난방 연료로 사용된다.
대구 쪽방촌 주민들은 고공 행진하는 등윳값에 전기장판에 의존해 추워지는 날씨를 버티는 모습이다. 쪽방촌 주민 6명이 장기투숙하고 있는 동구 신암동의 한 여인숙 주인은 "대부분 보일러를 틀지 않는다"며 "전기장판을 틀면서 추운 겨울을 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취약계층의 단골 난방용품 '연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구 연탄은행에 따르면 한 장당 700원 수준이었던 연탄값은 최근 장당 800원으로 올랐다. 연탄은행이 매년 겨울철 연탄을 지급하고 있는 대구경북 1천100가구가 안전한 겨울을 나려면 한 가구당 약 600장의 연탄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후원 손길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오성협 대구 연탄은행 목사는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연탄 기부금이 약 500만원가량 모였지만 연탄이 필요한 가구가 여전히 많아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연탄은행에서 후원하는 가구에 연탄을 지원하려면 후원금 500만원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겨울철 에너지 취약계층에 가구당 약 18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을 벌이고 있다. 30만원 상당의 등유카드도 지원한다. 하지만 대상자가 65세 이상 독거노인이거나, 기초생활수급자에 한정되면서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유경진 대구 쪽방상담소 간사는 "에너지 바우처 사업 대상자도 여전히 가스보일러나 연탄을 때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들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아 쪽방상담소가 직접 찾아 다니고 있다"며 "지자체의 대대적인 실태조사로 취약계층의 에너지 복지를 한 차원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