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어머니를 먼 곳으로 보낸 지도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아직 어머니가 사시던 집은 그대로인데 어머니만 안 계십니다. 간혹 어머니의 온기를 느끼고파 어머니의 손주와 함께 그 집을 가 보곤 합니다만 어머니가 안 계신 집의 공기가 너무나도 낯이 섭니다.
어머니는 참으로 힘들게 살아오셨습니다. 제가 7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6·25 전쟁 때 입은 부상 후유증으로 돌아가셨고, 14년 동안 아버지 병간호를 하셨지요. 아버지의 긴 투병으로 가세는 기울기 시작했지요. 저희 5남매 또한 일찍이 생업전선으로 나가야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저는 사춘기 시절 방황을 했더랬지요. 중학생 시절 집안 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갈 수 없다는 현실 때문에 소위 말하는 '농땡이'도 피웠었지요. 그러다 후배를 때리는 사고를 쳤고, 이 사고 때문에 어머니가 후배 부모님께 무릎을 꿇는 모습을 보며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어머니가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했습니다.
상업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은행에서 일하게 됐을 때 어머니의 뒷바라지가 저에게는 큰 힘이 됐습니다. 어디서 빌려오셨는지 50만원을 빌려 30만원은 방 얻는데 쓰고 20만원은 제 양복과 다른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썼었지요. 다행이 12월 농한기 때라 어머니는 저와 함께 계셨었는데 지금도 그 때 어머니의 뒷바라지하시던 모습이 간혹 생각나 마음 한켠이 시리기도 합니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나서 제일 후회되는 게 '어머니 모시고 좋은 곳 한 번 제대로 못 갔다 왔던 것'입니다. 23년 전, 잘 다니던 은행을 그만두고 갑자기 사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어요. 그 때 식당 차릴 준비하는 동안 잠깐 생긴 여유로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를 갔다 왔지요. 그 때 이후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없다는 게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후회됩니다. 차린 식당을 키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 때문이란 건 변명에 불과하다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필 두 분 모두 글을 모르셨던 탓에 전쟁에 피해를 입고도 보훈 관련 혜택을 몰라서 받지 못했던 것도 지금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아버지 돌아가신 뒤 한참이 지나서야 보훈 혜택을 받게 됐지만 아버지, 어머니가 평생 고생하신 것에 비하면 모자라 보여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도 먹고 살만해진 지금에서야 어머니를 모시고 이런저런 호강 시켜드리고 싶었는데, 일할 때마다 어머니가 손주들 돌봐 주시느라 고생하신 것 보답하고 싶었는데 어머니께 그 보답할 새도 없이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 한 번이라도 어머니께 '착한아들'이 되고 싶었는데 늘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보살펴드리지 못한 게 지금도 가슴에 멍울져 남아있습니다. 게다가 돌아가시고 나서 2주 뒤에 이 아들이 경북도청으로부터 '자랑스런 도민상'도 받았는데, 그 모습을 못 보여드려 어머니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어머니, 이렇게 제 곁을 떠나가실 거라고 생각했다면 살아계실 때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할 걸 그랬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후회가 됩니다. 이제라도 어머니께 말씀드립니다. 어머니, 저희 5남매를 잘 키워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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