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환경단체 금호강 둔치 체육시설 건설에 반발

대구 북구청 25억원 투입해 사수동 인근에 파크골프장, 야구장 조성사업
"둔치 사라진 자리 야구장, 축구장 건설 반복, 남아 있는 공간이라도 지켜야"
북구청 “체육시설 수요 높은데 다른 대안 없어, 환경 영향도 제한적”

22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22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와 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가 금호강 둔치 체육시설 개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윤기 기자

대구 북구청이 금호사수지구 인근 금호강 둔치에 생활체육시설 건립에 나서면서 환경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호 필요성이 큰 생물종의 삶의 터전을 망가뜨린다는 지적인데 북구청은 하천변 이외에는 부지 마련이 어렵고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와 낙동강대구경북네트워크는 22일 오전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구청의 금호강 하천변 개발 행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북구청은 '사수지역 생활체육 메카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사수동 일대 금호강 둔치 10만5천465㎡에 사업비 25억원을 들여 36홀 규모 파크골프장과 야구장 1면 등 체육시설을 만들고 있다. 2024년 5월 준공이 목표로 지난달 24일 첫 삽을 떴다.

금호강변에 파크골프장 36홀, 야구장 1면을 만드는
금호강변에 파크골프장 36홀, 야구장 1면을 만드는 '사수지역 생활체육 메카 조성' 사업 대상지. 북구청 제공

환경단체들은 이 사업으로 수달, 남생이, 얼룩새코미꾸리 등 금호강에 서식하는 보호종들의 서식지가 파괴된다며 즉각 개발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이 지난 3개월 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금호강에는 수달, 얼룩새코미꾸리 등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9종 이상 살고 있고, 문화재청 지정 천연기념물이 7종 이상 서식하고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언젠가부터 금호강 둔치와 습지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야구장, 축구장 등이 들어섰다. 북구청은 거의 마지막 남은 금호강 둔치를 개발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북구청은 사업 추진을 중단할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일대가 지난 2020년 12월 금호강 하천기본계획 변경으로 훼손된 자연환경을 재생하는 '복원지구'에서 친수활동을 목적으로 하천 점용 허가를 받아 쓸 수 있는 '친수지구'로 바뀌어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파크골프 등 생활체육인구 급증으로 체육시설 수요는 높은데 하천변을 제외하면 부지 마련이 어려워 사실상 이곳이 유일한 선택지라는 입장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체육시설 건립 예정지는 하천변이지만 사업 전부터 화물차, 버스 등의불법 주차로 사실상 황폐화됐던 곳"이라며 "생태 환경에 악영향을 줄이는 차원에서 강과 이격거리를 두고 시설물을 짓고, 환경 보호를 위해 농약을 쓰지 않는 등 최선의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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