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리틀 포레스트’

韓日 네 편 모두 넷플릭스 공개…같은 듯 다른 이야기 비교해 보는 재미

영화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날씨가 추워지면서 따끈한 이불 속이 그리운 때다.

입을 향긋하게 해주는 맛난 영화 '리틀 포레스트'(모리 준이치) 시리즈를 보면서 힐링의 순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마침 이 영화의 시리즈가 넷플릭스에서 모두 올라와 다양한 식감을 자극한다.

'리틀 포레스트'는 이라가시 다이스케의 만화를 원작으로 시골에 귀농한 여주인공이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요리해 먹으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영화다.

2014년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이 처음 소개되고 이듬해 '겨울과 봄'편이 개봉했다. 2017년에는 두 편을 하나로 묶은 '사계절'이 공개됐고, 2018년에는 임순례 감독이 김태리를 주인공으로 한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를 개봉했다.

이 네 편이 모두 넷플릭스에 올라와 있어 한국판과 일본판의 다양한 느낌과 서로 다른 음식의 맛과 향을 먹음직스러운 화면으로 느낄 수 있다. 거기에 모녀의 애틋함과 아름다운 풍경, 사계절의 변화와 삶의 의미까지 느낄 수 있어 힐링 영화로 제격이다.

도시 생활이 힘들었던 이치코(하시모토 아이)는 엄마와 살았던 코모리라는 시골로 돌아온다. 마트와도 멀어 직접 야채를 키워 요리할 수밖에 없는 외딴 마을이다. 이치코는 소스부터 빵까지 직접 만들어 먹는다. 이 모든 요리는 엄마에게 배운 것이다. 엄마는 이치코가 여고생일 때 집을 나가버렸다. 이치코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시로 나간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도시는 너무나 삭막했다. 결국 도시를 탈출한다. 이치코는 도시에서 도망쳤다고 말한다.

장작을 패 난로에 불을 지피고, 남은 열로 빵을 굽고, 잘 익은 산수유 열매로 잼을 만든다. 감주까지 만들어 시원하게 마시고, 모를 심고 일일이 잡초까지 뽑는다.

영화는 일본 아가씨의 하루하루를 귀농일기처럼 그려낸다. 자급자족하는 일상에 오랜 친구들과 가벼운 만남, 정겨운 이웃과의 소소한 유대 등이 녹아들어 영화가 맛깔난다.

"춥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이 있어. 추위도 소중한 조미료 중 하나야." 자연이 요리에 향미를 더하는 조미료라면, 이를 즐기는 것 또한 인생의 참맛을 느끼게 하는 조미료인 셈이다. 영화는 요리와 삶을 사계절의 자연으로 드레싱한 싱싱한 샐러드와 같은 맛을 준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원작이 일본 시골과 일본 요리로 그려졌다면 임순례 감독의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에는 한국의 먹음직스러운 시골밥상이 올라온다. 시험, 연애, 취직 등 매일 반복되는 도시생활에 지친 주인공 혜원(김태리)이 고향집에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온 혜원은 오랜 친구인 재하(류준열)와 은숙(진기주)을 만난다. 직접 키운 농작물로 요리를 해 먹으며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 가을을 차례로 보내고 다시 겨울을 맞이한다. 그리고 무척 큰 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일본판이 어떤 계절에 어떤 작물이 크고, 어떻게 요리를 해서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를 잘 보여준다면, 한국판은 어릴 적 친구들과의 유대와 환경을 더 친밀하게 그리고 있다. 배경도 일본판이 오목한 분지의 외딴집이라면, 한국판은 널찍한 들에 산도 멀리 물러나 있는 전형적인 한국 농촌이다. 실제 경북 군위 우보에서 촬영해 지금도 미성리에 가면 혜원이 살았던 집과 촬영지 소개 안내판, 포토존 등을 볼 수 있다.

"온기가 되는 생명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 "기다려, 기다릴 줄 알아야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어." 음식에만 한정된 말들이 아니다. 삶 또한 음식처럼 정성을 들이고, 기다리며, 인내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영화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의 한 장면. 영화사 진진 제공

이들 영화엔 사계절 다양한 음식이 나온다. 흥미롭게 같은 요리가 수제비이다. 일본은 핫토라고 부른다. 건더기는 다르지만 밀가루를 반죽해 숙성하고, 손으로 찢어 끓여 먹는 것은 같다. 봄에 고사리를 꺾어 저장해 먹는 것도 비슷하다. 한국은 말려 독성을 빼는데, 일본은 염장을 한다. 식혜를 만들어 시원하게 먹는 것도 비슷하고, 곶감을 만드는 것도 그렇다. 이처럼 서로 다른 땅에서 나는 작품이지만, 각기 다른 요리해 먹는 방법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사계절의 풍경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한겨울 걸어 다닐 수 없는 폭설과 가을에 빨갛게 익은 감을 깎아 처마에 주렁주렁 걸어놓은 것이며, 황금들판, 한 여름 밤의 냇가 등 정겨운 자연의 풍경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그리움과 포근함으로 감싼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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