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23 매일신춘문예 심사평] 단편소설

쓰레기·코로나·인류 멸망…SF로 완성도 높게 풀어냈다

백가흠 소설가·계명대 교수
백가흠 소설가·계명대 교수

올해 매일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에 응모한 작품은 총 323편이었다. 심사위원 4명이 예심과 본심을 함께 진행했는데, 예심을 통해 최종 본심에 오른 작품은 '히말라야의 미녀', '마임', '사과가 지는 속도', '대수롭지 않은 일', '조왈도', '파도는 언덕을 쓸어내린다' 이상 여섯 작품이었다.

'대수롭지 않은 일'은 무거운 사회 문제를 진지하면서도 어둡지 않게 파고들었고 문장이 깔끔하고 정제되어 있었다. 독특한 전개가 돋보였지만, '대수'라는 존재의 의미가 끝까지 모호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 모호함 때문에 결말이 힘을 잃지 않았을까.

심윤경 소설가
심윤경 소설가

'사과가 지는 속도'는 옆집의 개와 셰어하우스의 룸메이트를 교차시키며 사람과 사람이 어떻게 마음을 열고 조금씩 소통하게 되는가를 보여줬다. 세상과 사물을 차분하게 관찰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착하고 따뜻한 소설이지만 그만큼 평이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최종 독회를 통해 '조왈도'와 '파도는 언덕을 쓸어내린다'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조왈도'는 신인이라 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과 절제된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높은 완성도에 심사위원 모두 감탄하기에 충분한 작품이었다. 사랑에도 존재하는 빈부격차에 대한 시각이 현재 젊은 세대를 통한 오늘의 새로운 감각으로 재탄생 되었다. 특히 엄청난 필력과 입담이 세련된 풍속도와 현실감, 청량감을 주었다. 좋은 솜씨와 독특한 개성을 가졌으나, 다만 작가가 가진 개성이 너무 뚜렷하여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당선의 선택을 받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말고 작품에 정진하면 빠른 시일 안에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심사위원 모두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동시에 보낸다.

김희선 소설가
김희선 소설가

올해 매일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은 '파도는 언덕을 쓸어내린다'이다. 최종 독회를 마쳤을 때 심사위원 모두의 선택을 받은 유일한 작품이었다. 작품은 SF 소재의 다양성 이상으로 기법의 다양화가 눈에 띄었다. 전체적으로 리얼리즘이 쇠퇴한 한국소설 현장을 그대로 닮았다는 느낌이었다. 알레고리 기법이나 가상현실과의 결합 같은 기법 문제가 억지스러움 없이 발휘되고 있어서 '소설계의 세대교체'의 한복판에 있는 작품이라는데 심사위원들 모두 동의했다.

주제적으로는 쓰레기, 코로나, 인류 멸망 등의 생태 문제를 크게 부각하고 있는데, 특히 이번 당선작은 SF적 요소, 동화 요소, 생태 담론이 어우러져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로봇이 주체인 특이한 어법과 소설적 관점이 인상적이었는데, 로봇이 인간보다 더 휴머니티를 지게 되는, 그로 인해 인간사회의 민낯을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이었다. 판타지적인 배경과 소설의 전개가 굉장히 자연스러웠으며 결말에 이르러 도출되는 소설의 주제 또한 선명하게 발현되는 것 또한 장점으로 읽혔다. 작가가 오랜 시간 창작에 매진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축하를 보내며 열심히 써서 좋은 작가로 남기를 바란다.

박덕규 소설가·단국대 교수
박덕규 소설가·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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