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돌풍의 '탑건:매버릭' 열풍의 '헤어질 결심'

2022년 영화계 결산…관람료 인상 탓 연말 극장가 ‘꽁꽁’

영화 '탑건:매버릭' 중 한 장면.
영화 '탑건:매버릭' 중 한 장면.

2022년 영화계는 새로운 기대와 함께 쓰라림도 확인한 한 해였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됐던 부산국제영화제가 정상 개최되는 등 엔데믹 시대에 대한 긍정적 기대도 있었지만, 영화관 입장료 인상에 따른 후폭풍도 거셌다. 2022년 영화계를 되돌아보는 결산을 준비했다.

◆돌풍의 '탑건:매버릭'…열풍의 '헤어질 결심'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6월 29일 개봉했다. 산에서 일어난 추락사를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와 내밀한 사랑을 나누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였다. 뛰어난 미장센과 빼곡히 박혀 있는 상징, 복선 등 여느 영화들과 차별되는 수작이었다.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으며, 내년 미국 아카데미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될 정도다. 탕웨이와 박해일의 연기도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개봉 초 손익분기점인 120만 관객도 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 작품의 진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뒤늦게 N차 관람의 열풍이 일면서 180만명의 관객을 넘기며 체면은 구기지 않게 됐다.

돌풍이 불어온 것은 '탑건:매버릭'이었다. '헤어질 결심' 한 주 전에 개봉해 두 달 넘게 스크린을 차지하면서 80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다. VOD 시장에 풀려도 극장 관람의 돌풍은 식지 않았다. 매버릭 팬덤이라는 현상까지 일었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남성의 감성을 자극했다. 육중한 굉음과 스피드, 모터사이클과 스포츠카, 전투기와 해군 함정 등에 승부를 걸었다. 1편(1987년) 때 10, 20대를 보낸 이들에게 추억을 떠올리면서 매버릭(톰 크루즈)과 F-14 전투기를 통해 아직 건재함을 확인하는 카타르시스도 선사했다. 특히 공중전의 현장감과 타격감 등은 이들을 꾸준히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이 두 편의 이상(?) 흥행은 완성도와 작품성이 좋으면 관객은 항상 보답을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
영화 '헤어질 결심'의 한 장면.

◆사라진 천만 영화시대

지난 4월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영화계는 따뜻한 봄기운을 상상했다. 특히 '범죄도시2'가 빠르게 천만 관객을 돌파하자, 그 기대감은 한껏 고조됐다. 여름 한국영화 빅4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영화계의 '흥행보증수표'로 불리던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가 폭망의 기운을 보여주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외계+인' 1부는 420만명의 손익분기점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150만명으로 주저앉았다. 1주일 간격으로 개봉된 '한산:용의 출현'은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나 전편 '명량'의 스코어(1천761만명)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 '비상선언' 또한 205만 명이라는 기대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 '헌트'도 435만 명의 관객에 이정재의 주가를 높여주는 부수적인 성과에서 마무리됐다.

한 주를 사이에 두고, 이어달리기 하듯 개봉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만큼 '봄기운'을 믿었기 때문이다. '외계+인'과 '비상선언'의 경우 감독의 흥행성만 믿고 진행된 안일한 기획과 신파성에 목을 맨 낮은 완성도도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외계+인' 1부의 한 장면.
영화 '외계+인' 1부의 한 장면.

◆관람료 인상…결국 패착을 앞당기다

극장 체인들은 코로나19로 엄청난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2020년은 2019년에 비해 4분의 1 수준, 2021년은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3년 간 매년 입장료를 인상했다.

2020년 평일 2천원, 주말 1천원을 인상하고, 좌석 차등제를 폐지했다. 평일 1만2천원, 주말 1만3천원, 이 가격은 관객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기는 액수였다. 1만원으로는 더 이상 영화를 볼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2021년 1천원을 인상한데 이어 2022년 다시 1천원을 올려 평일 1만4천원, 주말 1만5천원 시대를 열었다. 아이맥스나 4D, 돌비관 등 특수관은 2천원을 더 인상했다. 코로나 이전의 2배가 된 것이다. 그것도 3년 만에 말이다.

이제 관객들은 관람료 인상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3인 가족이 영화를 보고 저녁까지 먹으면 5만원으로 해결되던 것이 이제는 10만원으로 부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데이트를 위해 극장을 애용하던 커플들은 신중하게 영화를 골라 보게 됐다. 과거에는 싼 맛에 하루에 두 편을 보기도 했지만, 이제는 후회하지 않을 1편을 골라야 했다. 그래서 영화흥행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기면서 연말 극장가까지 얼어붙는 패착을 가져왔다.

영화 '비상선언'의 한 장면.
영화 '비상선언'의 한 장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흥행 참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폭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올해 개봉된 '블랙 아담',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 등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블랙 아담'은 국내에서 77만 명을 동원하고 문을 닫아야만 했다. '블랙 팬서:와칸다 포에버'도 200만 명을 겨우 넘겼다.

2022년은 15년 가까이 이어져 오던 할리우드 히어로영화의 끝을 목격한 한 해였다. 캐릭터를 대체할 시기를 놓친 것과 함께 다양성에 기댄 기획들이 대부분 실패한 때문이다. 개성을 다양화하기 위해 '샹치'의 중국, '문나이트'의 이집트 문화를 끌어오지만, 새로운 히어로의 제시 방식이 너무나 진부했다. 낯선 문화의 신비한 힘만 가져오면 모두 히어로가 된다는 안일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여성 스파이더맨, 여성 토르 등 젠더의 다양성을 시도하고 있지만, 기대감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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