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스위치’

톱스타와 매니저의 뒤바뀐 삶 그린 코미디 영화
다른 선택 했다면 행복했을까…웃음 속 따뜻함 담아

영화 '스위치'의 한 장면.
영화 '스위치'의 한 장면.

새해 처음 개봉한 한국영화 '스위치'(감독 마대윤)는 뒤바뀐 삶을 통해 인생의 참 맛을 느끼는 '착한' 영화다.

스위치를 켜고 끄듯 다른 삶을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숱한 영화들이 그런 시도를 했다. 성이 바뀌고, 노인이 소녀로, 현생이 전생으로…. 결론은 늘 해피 엔딩의 달콤한 판타지였다. '스위치' 또한 마찬가지다.

박강(권상우)은 부와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톱스타다. 남우주연상 시상식에서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실수 아닌 실수를 하는 기고만장한 연기자다. 박강과 함께 연극 무대에서 연기자로 출발한 조윤(오정세)은 아이 둘을 키우는 돈도 인기도 없는 무명의 연기자다. 지금은 생계를 위해 박강의 수발을 들어주는 매니저로 살아간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둘은 극과 극의 처지다.

하얀 눈이 내리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박강이 택시를 탄다. 운전기사가 묻는다. "지금 행복하세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세상이 바뀌어 있다.

'스위치'는 톱스타와 그의 매니저의 삶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을 그린 영화다. '누가 더 행복할까'와 같은 문제를 제시하고 단답형 풀이를 해 나간다.

스위치된 박강은 무명의 재연배우다. 그러나 첫사랑 수현(이민정)과 결혼해 두 아이의 아빠가 돼 있다. 지켜야 할 가족이 있어 그는 온 몸을 던진다. 비록 통장에는 5만원도 없지만, 비로소 행복감을 느낀다. 반면 톱스타가 된 조윤은 늘 사랑에 실패하는 외로운 삶을 살아간다. 이전 박강이 느꼈던 외로움은 고스란히 조윤에게로 옮아 있다.

펜트하우스에서 전셋집으로, 싱글에서 애 딸린 유부남으로, 스포츠카는 경차로 대비시키면서 박강의 뒤바뀐 삶을, 갖가지 유머코드로 버무려 웃음을 던져 준다. 실제 권상우가 출연했던 드라마의 장면 '짤'을 통해 박강의 무명의 비애를 보여주기도 한다.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의 대표 배우 김하영이 박강의 선배 연기자로 특별출연하고, 배우 이병헌과 축구선수 손흥민이 실명으로 언급되는 등 코미디 영화로서 아이템들을 차곡차곡 쌓아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영화 '스위치'의 한 장면.
영화 '스위치'의 한 장면.

영화의 스토리는 인간답게 성장해 가는 박강의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오래된 고전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과 같은 서사이며, 이를 현대적으로 비튼 니콜라스 케이지의 '패밀리 맨'(2000)을 떠올리게도 한다. '스위치'는 '패밀리 맨'의 플롯과 격하게 겹친다. '패밀리 맨'은 눈 오는 크리스마스이브 월 스트리트의 돈 밖에 모르는 금융맨이 신세가 바뀌어 첫 사랑과 결혼해 가난하게 살지만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줄거리다.

'스위치' 또한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선택지로 출발한다. 인기를 위해 첫 사랑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리고 아이들을 낳았다면 알콩달콩 잘 살아갈까? '스위치'는 그것이 행복이라는 고전적인 답안지를 그려낸다. 가난하더라도 결혼해서 가족과 함께라면 당연히 행복한 것이 아니냐고 답을 낸다.

'패밀리 맨'이 현실을 부정하다, 결국 체념하고 가족에 동화되는 과정이 있지만, '스위치'는 너무나 손쉽게 가난을 받아들이고, 행복감에 젖어 버린다. 가난하다는 설정 하나만 있을 뿐 모두가 이미 행복한 상태다. 결핍만 채우면 행복할까?

그럼에도 영화는 연말연시, 관객의 웃음 결핍증을 채우면서 따뜻한 톤을 유지한다. 배우 권상우의 다정한 캐릭터가 한껏 발휘된 덕분이다. 권상우는 '탐정:더 비기닝'(2018)에서 현실적인 가장의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하기도 했다. 여기에 오정세의 능청스런 연기 또한 웃음을 자아낸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기획할 때 이미 권상우와 오정세 배우를 염두에 두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아역배우 박소이와 김준의 연기도 따뜻한 느낌을 전해주는데 한 몫을 한다.

'스위치'는 마치 계절 음식처럼 한 해를 시작하는 지금쯤 보면 좋을 코미디 영화다. 웃음과 감동을 엮은 대부분 한국 코믹 영화가 그렇듯 클리셰를 안고 가는 계절적 힘이 있기 때문이다. 112분. 12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영화평론가

영화 '스위치'의 한 장면.
영화 '스위치'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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